영국 매체 소식통 인용…"총알 100만발·포탄 30만발 지원"
"러, 이란에 무기 대금으로 현금 지급"…서방·우크라, 전쟁 장기화 변수로 경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란이 러시아에 탄약을 지원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무사자릴', '베게이'라는 이름을 지닌 러시아 선적 일반 화물선 2척은 올해 1월 초 이란 아미라바드 항구에서 카스피해를 건너 같은 달 말 러시아 아스트라칸 항구에 도착했다.
안보 소식통들은 이들 선박이 운반한 컨테이너 200개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총알, 로켓, 박격포 포탄 등이 실려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소식통은 해당 총알은 100만발 정도였다며 권총, 돌격소총, 기관총 등에 사용되는 다양한 구경의 탄알이 러시아로 건너갔다고 전했다.
그는 운송된 포탄은 30만발 정도로 유탄발사기 탄약, 대전차 로켓, 구경이 다른 박격포 포탄 등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통은 러시아가 이란에 대가로 현금을 줬다며 이는 국제사회가 운용하는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그간 러시아에 자폭용 무장 무인기(드론)를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았으나 탄약 지원 정황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1년이 넘은 소모전으로 탄약 보급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관측돼 왔다.
안보 소식통은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협력을 지적하며 "러시아가 계속 이란을 후방기지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딤 프리스타이코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 등에 도움을 청하는 것을 보면 러시아가 전쟁터에서 겪는 부진이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스카이뉴스는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는 포탄의 규모는 한국전쟁 이후 전례가 없을 정도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포탄 보급 문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한 우크라이나 여단의 주장을 인용해 러시아가 하루에 포탄 6만∼7만 발을 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그보다 적은 2만발 정도라고 분석한다.
다만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포탄 재고가 떨어지자 사용량을 줄였다는 관측에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서방, 우크라이나 관리는 아직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란이 포탄을 넘어 더 치명적인 탄도미사일까지 러시아에 지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란의 러시아 군사지원은 전쟁을 장기화하고 러시아에 유리할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방의 주요 경계 대상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은 러시아의 전쟁자금 조달을 차단하고 무기 생산을 옥죌 목적으로 러시아에 수출입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란을 비롯해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의 군사지원이 지속되면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유지된 서방의 대응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
주요 7개국(G7)은 우크라이나전 1주년을 맞은 지난달 24일 성명에서 "제3국이 러시아의 전쟁에 대한 물자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심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일 요르단을 방문해 중동정세를 논의하던 중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을 "상상도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란이 러시아에 군사물품을 지원하면서 그 대가로 군사기술을 획득할 수 있다며 양국의 협력을 중동 안보를 해칠 변수로 지목하기도 했다.
프리스타이코 대사는 서방의 대러 제재 때문에 러시아가 자국 방위산업을 동원할 역량이 약화했지만 다른 공급선을 찾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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