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호텔 티어'가 뭐라고…'공기 숙박'에 '해외 원정 숙박'까지

입력 2023-03-11 11:00  

[길따라 멋따라] '호텔 티어'가 뭐라고…'공기 숙박'에 '해외 원정 숙박'까지
고객 등급 올리기 위해 수십 박 숙박료 허공에 날리기도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호텔 티어(고객 등급) 올리려고 숙박도 하지 않으면서 호텔 비용을 낸다고요?"
최근 필자는 해외에서 한국을 방문한 가족의 숙박 장소를 찾던 지인으로부터 희한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인 A씨는 중고 물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절반 가격에 서울의 한 특급 호텔에 숙박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을 했다.
A씨는 판매자인 B씨와 통화 과정에서 이 거래가 일반적인 숙박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숙박 형식의 거래란 것을 알게 됐다.
체크인을 B씨가 하고 숙박을 A씨 가족이 대신하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A씨는 숙박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찜찜했지만, 일반 숙박료의 절반 가격으로 특급 호텔 숙박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거래하게 됐다.
거래 특성상 정확한 시간을 지켜야 하기에 A씨는 체크인 시간인 오후 3시에 호텔 로비에서 판매자 B씨를 만나 키를 전달 받았다. 운 좋게 조식권도 포함돼 있었다.
A씨는 사기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구체적으로 꼬치꼬치 캐물었더니 B씨가 자세히 설명해 줬다.
C 호텔의 높은 티어 회원이던 그는 올해만 그 자격을 유지하면 평생 높은 티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했다.

숙박 일수를 맞추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예약을 한 것이다.
매년 50박가량의 의무 규정이 있지만, 평생회원의 경우 이 의무 규정이 없다.
그렇다면 일부 호텔 마니아들이 이렇게 높은 티어에 목숨을 거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객실 업그레이드, 무료 조식, 라운지 무료입장 등 다양한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호텔 계열의 높은 등급 회원들에게는 오후 4시에 체크아웃할 수 있는 특혜도 주어진다.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들은 알지만 오후 4시 체크아웃은 무시하기 어려운 혜택이다.
비행기 시간이나 일정이 오후에 있을 경우 편안하게 쉬면서 그 스케줄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B씨는 "대리 숙박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은 '공기 숙박'까지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했다.
공기 숙박은 그야말로 아무도 재우지 않은 채 '텅 빈 방에 공기만 재운다'는 뜻의 은어다.
심지어 등급에 목숨을 건 일부 마니아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호텔을 찾아 '원정 숙박'도 불사한다.
호텔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 곳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다.
한 호텔 마니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티어가 강등될 것 같아 쿠알라룸푸르 항공권을 발권하고 20박 체크인만 하고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정 숙박에 공기 숙박이 결합한 형태다.
그러자 수많은 호텔 마니아가 같은 호텔 예약을 했다는 답변을 달았다.
글로벌 호텔 체인의 경우 어느 나라든지 해당 숙박 일수만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대리 숙박'은 호텔 규정에 어긋나기도 하거니와 생각지도 못한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리숙박을 하는 사람이 룸서비스 같은 것을 시키는 경우 체크인을 한 사람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호텔에서 체크인하는 사람과 실제 숙박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사고에서 보호받을 수가 없다.
글로벌 D 호텔 관계자는 "체크인을 한 뒤 숙박하지 않는 것은 본인 자유지만,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 호텔리어는 이러한 세태에 대해 "명품에 목매는 한국 사람들 특성이 반영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그 비용을 아껴 높은 등급 방을 예약하거나 가족을 위해 식사라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polpo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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