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만큼 주는 '매칭 보조금' 첫 도입…2025년까지 보조금 규제 대폭 완화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친환경 산업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제3국과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사실상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중국의 공격적 보조금 정책에 맞선 특단의 대책으로, '보조금 전쟁'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2025년말까지 보조금 지급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를 채택해 시행에 돌입했다.
'한시적 위기 프레임워크'로 명명됐던 기존 보조금 관련 규정을 수정·확대한 것으로, 배터리, 태양광 패널, 탄소포집·이용 기술 등 핵심 청정 기술 관련 기업이 유럽에서 투자를 지속하도록 원활한 자금 조달 지원을 목표로 한다.
EU는 27개국으로 구성된 독특한 단일시장 특수성을 고려해 불공정 경쟁 방지 차원에서 각 회원국이 자국에 진출한 기업에 보조금을 주기 전에 반드시 EU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그간에는 심사 절차가 복잡한 데다 요건도 까다로웠는데, 보조금 빗장을 풀기로 한 셈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EU가 처음으로 도입하는 이른바 '매칭(matching) 보조금'이다.
매칭 보조금 제도는 'EU 역외로 투자를 전환할 위험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해당 기업이 제3국에서 받을 수 있는 것과 동일한 금액을 EU 회원국이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매칭 보조금보다 해당 기업이 유럽경제지역(EEA)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을 의미하는 '펀딩 갭'(funding gap) 금액이 더 작은 경우엔 회원국은 부족한 자금을 메워줄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 친환경 산업 관련 기업이 보조금 혜택을 이유로 역외로 생산시설 등을 이전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매칭 보조금 외에도 재생수소 등 아직 개발 단계인 청정 기술에 대한 지원 조건 간소화를 비롯해 지원 한도 상향, 보조금 산정 방식 단순화 등 개편 조처도 이날부터 시행된다.
이번 대책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공개한 친환경 산업 육성 청사진인 '그린딜 산업계획'의 일환이다.
EU는 오는 14일에는 신규 생산시설 신속 인허가 등의 계획을 담은 탄소중립산업법과 핵심 광물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공개하는 등 추가 대책 시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성명에서 이번 대책에 대해 "각 회원국이 빠르고 명확하며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며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면서도 각 회원국이 중요한 지금 시기에 탄소중립 투자를 가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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