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20년 집권 최대 고비…6개 야당 단일후보로 맞서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30년 초장기 집권에 도전하는 대통령 선거일이 오는 5월 14일로 확정됐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AP 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5월 14일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TV로 생중계된 서명식에서 그는 "이번 결정이 우리나라와 민족, 의회와 정당들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초 대선과 총선은 오는 6월 18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정부는 성지 순례와 대학 입시, 여름 휴가철 등을 고려해 5월 14일로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달 초 튀르키예 동남부를 강타한 지진 이후 선거 연기설이 제기됐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5월 14일 일정을 고수했다.
2003년 이후 20년째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할 예정으로, 이번 대선은 그의 집권 기간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임기 중 조기 선거를 통해 2033년까지 30년 집권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
하지만 계속된 리라화 폭락과 최고 85%를 넘긴 초고물가 등으로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된 데다, 지난달 튀르키예에서만 4만7천여 명이 숨진 지진 이후 정부 책임론과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비판론까지 제기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 캠페인은 지진 피해 복구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어떤 음악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모든 의원 후보는 지진 구호 기금에 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는 6개 야당은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대표를 단일 후보로 결정했다.
공무원, 경제학자 출신인 클르츠다로울루는 온화한 이미지와 합의를 중시하는 철학으로 '튀르키예의 간디'로 불리는 등 불같은 성격에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동맹으로 불리는 야당 연합은 이번 선거 승리 시 권위주의적 대통령제를 의회 중심제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당 연합이 집권 여당에 비해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가운데 대선과 총선 모두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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