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중재 때문 아냐"…사우디·이란 정상화에 中역할 평가절하

입력 2023-03-11 03:12   수정 2023-03-15 12:33

美 "中중재 때문 아냐"…사우디·이란 정상화에 中역할 평가절하
백악관 "긴장완화 모든 노력 지지" 말하면서도 합의 유지엔 의문
'우방' 사우디, 러·中과의 밀월행보에 "바이든 한대 맞았다" 평가도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은 1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역할에 대해 평가절하하면서 합의 유지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에 대해 "우리는 이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의 우방국인 사우디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이란과 관계 정상화를 합의한 것에 미국이 관여했느냐는 질문에 "사우디는 협상 상황을 지속해 미국에 알려왔으나 우리가 직접 개입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또 사우디와 이란간 합의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 "이란은 자기 말을 지키는 정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로 중국의 대(對)중동 영향력이 강화되고 미국은 퇴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우리가 중동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과 관련, 사우디에 이어 오만이 지난달말 이스라엘 항공기에 영공을 개방한 것을 거론하며 "우리의 관여로 추가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이날 베이징에서 6∼10일 사우디-이란 대화를 주최해 앙숙인 두 나라의 관계 정상화 합의를 중재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사우디와 이란간 합의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이것은 중국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란이 사우디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한 것은 대내외적인 압력 때문이지 대화하고 협상하라는 중국의 초청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외적 협상 압력과 관련해서 이란의 공격에 대한 사우디의 효과적인 억제력을 거론하면서 "미국은 사우디의 효과적인 억제 능력을 지원해왔다"고 강조했다.
커비 조정관은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단언하면서 "우리를 우려하게 하는 것은 예멘에서의 전쟁, 이란의 사주를 받은 공격에 대한 사우디의 방어 능력 유지, 이란이 지속적이고 야만적으로 자국민을 탄압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을 죽일 수 있도록 돕는 것 등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동이든 아프리카든, 중미 지역이든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서 우리가 눈 감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중국이 자국의 이기적인 이익을 위해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발판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선거운동 때 제시한 '왕따 공약'을 접고 방문한 사우디가 이란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중국이 이를 중재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바이든 정부가 사우디에 뺨을 맞은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MBS) 왕세자가 반체제 언론인 살해 배후로 지목되자 사우디를 왕따 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지난해 여름 전격적으로 사우디를 방문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그 이후에도 러시아가 참여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를 통해 석유 감산 결정을 주도하면서 미국의 요구와는 사실상 반대로 움직였고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중 관계가 점점 냉랭해지는 때 MBS와 중국과의 관계는 훈훈해지고 있다. 이건 바이든 얼굴을 한 대 때린 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스라엘과 아랍 이웃국 간 관계가 나아질수록 모두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에 합의한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건으로 민간 핵 계획을 지원해 달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WSJ가 보도한 바 있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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