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 협상 진전 가능성…"핵협상 되살릴 새로운 길 제공"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로 중동의 외교·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과 시아파 맹주의 화해는 역내 오랜 갈등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이 합의가 교착에 빠진 이란과 서방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사우디·이란 대리전 무대 예멘 내전 종식 희망 기대
예멘 내전은 2014년 촉발된 이후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다. 현재까지 13만 명 이상이 숨지고 40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사우디 주도 아랍동맹군은 예멘 정부군을, 이란은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를 돕는다.
정부군과 반군은 지난해 4월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을 맞아 휴전에 합의했고 이는 2개월씩 두 차례 연장됐으나, 이후 휴전은 지속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양측의 큰 무력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로 예멘 내전 종식을 위한 협상이 진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11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사우디와 합의로 예멘 정부군과 반군의 대화가 시작되고 포괄적 정부 구성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예멘 반군도 합의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간섭으로 잃어버린 안정과 안보를 되찾기 위해서 이번 관계 정상화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며 환영 입장을 낸 바 있다.
예멘 정부군과 반군은 현재 유엔의 중재로 제네바에서 만나 포로 교환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제드 라데일 예멘 정부 인권부 차관은 국영 SABA 통신을 통해 "이번 협상이 잘 이루어져 지속 가능하고 포괄적인 평화를 달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걸프 지역 수석 분석가인 아나 제이컵스는 "예멘 내 분쟁 해결 노력에 대한 진지한 결의 없이 사우디와 이란이 관계를 회복하고 두 달 안에 대사관을 설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 '핵합의 복원 반대' 사우디 입장 바꿀까…새 국면 가능성
사우디는 2015년 이란과 P5+1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가 타결한 JCPOA의 단순한 복원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외신과 인터뷰에서 "과거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한 약한 합의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JCPOA에 더해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무장 세력 지원 문제도 협상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합의는 이란과 핵협상이 1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나왔다.
특히 미국과 서방은 지난해 9월부터 이란 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의 책임을 물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회복은 서방과 이란의 핵협상 재개의 불씨를 살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브라이언 카툴리스는 로이터에 "이란과 사우디의 합의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한 협상을 되살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우디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우려를 가진 나라"라면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양국의 관계 회복이 의미 있고 영향력 있는 것이 되려면 핵 이슈는 해결돼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 속에 이란이 주변국과의 화해로 고립을 일정 부분 해소해 나가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번 합의의 영향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나이산 라파티 국제위기그룹 이란 수석 분석가는 "문제는 미국과 서방이 대이란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이 고립을 깰 수 있다는 믿는 것"이라면서 이번 합의가 미국에 좋은 일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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