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 이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자금 확보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벤처캐피털들도 스타트업 자금조달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VB 폐쇄로 자금이 묶이면서 투자한 스타트업이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도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벤처캐피털들이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투자한 회사들이 새로운 거래 은행을 찾아 자금조달 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른 벤처캐피털 업계 인사들도 SVB 폐쇄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투자 대상 회사들이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오메가 벤처 파트너스' 등 일부 벤처캐피털은 SVB 폐쇄 여파의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한 회사들이 예금을 여러 은행에 분산 예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스타트업 경영진들도 당장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높은 금리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까지 받고 있으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자들과 단기 대출 협상을 벌이는 등 자금확보를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멘로 벤처스의 파트너인 맷 머피는 자사가 투자한 회사의 15% 정도가 당장 지급해야 하는 임금 확보에 애를 먹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다른 벤처캐피털인 '제너럴 카탈리스트'도 SVB 폐쇄로 투자한 회사의 10% 정도가 임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부 벤처캐피털 업체와 스타트업 경영진은 이번 주에 지급해야 하는 임금 확보를 위해 개인 자금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적어도 2개의 전자상거래 업체는 더 많은 쇼핑을 요구하는 등 고객들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헤지펀드는 현금 확보가 어려운 스타트업에 SVB에 묶인 자금을 할인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실리콘밸리의 이번 유동성 위기가 성장을 거듭하던 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이 둔화하고 투자자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줄인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업계가 더욱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위기를 계기로 한 금융기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 대한 경각심도 스타트업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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