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 중독 의혹' 친서방 전 조지아 대통령 위독"

입력 2023-03-13 16:27  

"'독극물 중독 의혹' 친서방 전 조지아 대통령 위독"
영국방송 보도…나토가입 추진한 사카슈빌리
"체중 102→64㎏…감옥서 병원 이송돼 치료중"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독극물에 중독됐을 수 있다는 의혹에 휩싸인 옛 소련 국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의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이 위독한 상태라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온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은 이 매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몸무게가 120kg이었지만, 지금은 64kg이다. 60kg 밑으로 내려가면 여러 장기의 기능 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의사들이 경고했다"고 소개했다. 또 "뼈들이 분리되고 있고 이로 인해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의 변호사 샬바 하차푸리제도 "의뢰인의 상태가 매일 악화하고 있다"면서 "그가 나치 강제수용소에 있는 죄수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사카슈빌리는 지난 2004~2013년 2기에 걸쳐 조지아의 대통령을 맡아자국의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강력한 친서방 노선을 밀어붙여 러시아와 심각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3선에 실패한 뒤 우크라이나로 이주한 그는 자신의 친서방 개혁 구상을 펼치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오데사주 주지사를 맡아 정치활동을 계속하는 등의 진취적 모습을 보였으나, 현지 중앙정부 인사들과의 심각한 갈등 끝에 해임됐다.
이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오가며 모두 8년을 국외 망명 생활을 한 그는 2021년 9월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곧바로 권력남용 등의 혐의로 체포돼 수감됐다.
투옥 중 오랜 단식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한 그는 지난해 5월부터 민간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달 독립전문가들은 사카슈빌리가 감옥에 있는 동안 독극물에 중독됐을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조지아 당국은 그러한 가능성을 일축하며, 유럽에서의 치료를 위해 석방을 허가해 달라는 사카슈빌리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르칼리 가리바시빌리 조지아 총리는 앞서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한 야권의 반정부 시위 배후로 사카슈빌리 세력을 지목했다.
사카슈빌리가 2년 전 친러 성향 정부 전복과 정권 교체 등의 임무를 띠고 귀국했다는 주장도 폈다.
조지아 야권은 지난 7일 친러시아 성향의 집권당이 주도해 외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언론매체나 비정부기구(NGO)를 규제하는 법률을 추진하는 데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수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흘간 계속된 격렬한 시위 뒤 정부가 관련법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일단 진정됐으나, 정치적 긴장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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