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위원장 "출판사·콘텐츠 제작사 불공정 계약 살펴라" 지시
카카오엔터 웹소설 저작권 '갑질' 상반기 심의…신고 활성화 유도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출판 및 콘텐츠 제작 업계의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선다.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의 별세로 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15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출판사나 콘텐츠 제작사의 약관에 저작권, 2차 저작권에 관한 불공정 조항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한 위원장은 이 작가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이런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가는 생전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형설앤 측과 저작권 및 수익 배분 문제를 두고 분쟁을 빚어왔다.
그는 수익을 제대로 배분받지 못했고 애니메이션·게임 등 2차적 저작물 사업 과정에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으며, 자신이 그린 캐릭터를 쓰고도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형설앤 측은 "원작자와의 사업권 계약에 따라 파생 저작물과 그에 따른 모든 이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았다"고 맞섰다.
출판사나 콘텐츠 제작사가 협상력이 약한 신인 작가 등을 상대로 불공정한 계약을 맺는 것은 문화예술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공정위는 2014년 20개 출판사의 약관을 심사해 별도의 특약 없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저작재산권 일체를 영구히 출판사에 양도하도록 하는 조항, 저작물의 2차적 사용에 관한 처리를 모두 출판사에 위임하도록 한 조항 등 4가지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시정하도록 조치했다.
당시 공정위는 4천400억원 상당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그림책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씨가 1천850만원밖에 보상받지 못한 것을 대표적인 '매절 계약' 피해 사례로 꼽았다.
매절계약은 출판사가 저작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저작물 이용으로 인한 장래 수익이 모두 출판사에 귀속되고 저작자에게는 추가적인 대가가 돌아가지 않는 계약 형태다.
공정위는 2018년에도 26개 웹툰 서비스 사업자가 사용하는 웹툰 연재 계약서를 심사해 웹툰 콘텐츠의 영화·드라마 제작 등 2차적 저작물 무단 사용, 장래에 발생할 내용까지 무한정 계약 내용으로 포함하는 조항 등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시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2차 저작물의 작성·사용권에 대해 별도 계약을 체결하도록 약관을 바꾼 정도여서 협상력 차이에 기인한 불공정 계약 관행을 원천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한 위원장은 "만화가 협회 등 주요 창작자협회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라"고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2차 저작권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공모전 참가자의 웹툰·영화 등 2차 저작물 작성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마치고 작년 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상정했다.
사건 심의 준비에 속도를 내 상반기 중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콘텐츠 분야 불공정 거래 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의 거래구조와 불공정 관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는 한편, 연예인에 대한 기획사의 불공정 계약 강요 등을 중점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웹툰 표준계약서 개정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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