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국 핵잠 매년 2척 건조 목표도 미달…기술 이전 장벽도
20년 걸친 장기 계획…"3국 정권교체 등 변수에 흔들릴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호주, 영국, 미국의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가 계획한 일정대로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국의 현재 잠수함 건조 역량이 부족한 데다 계획 자체가 워낙 장기라 이행 과정에서 정권 교체 등 변수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3국 정상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2030년대 초부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3척(필요시 2척 추가)을 호주에 판매할 계획이다.
호주와 영국은 미국의 첨단기술을 도입한 재래식 무장 핵 추진 잠수함 'SSN-AUKUS'를 공동 개발해 각자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뒤 2030년대 후반 영국에, 2040년대 초반 호주에 첫 잠수함을 인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호주의 자체 생산은커녕 미국이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제때 호주에 판매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현재 미국의 핵잠수함 조선소인 제너럴다이내믹스일렉트릭보트와 헌팅턴잉겔스는 매년 두 척의 핵잠수함 건조라는 미 해군의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도 언론과 익명 브리핑에서 "미국의 잠수함 산업 기반은 이상적인 상태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3국은 잠수함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잠수함 건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2023∼2027 회계연도에 잠수함 산업 기반에 24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또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정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4∼2028 회계연도에 잠수함 정비 예산을 22억달러 더 책정했다.
호주는 핵잠수함 건조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미국과 영국의 잠수함 산업 기반에 재정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3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리 계획은 앞으로 수십년간 상호 운용이 가능한 핵 추진 잠수함을 생산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3국의 산업 역량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 기반을 갖추더라도 미국이 영국과 호주에 민감한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핵잠수함은 미국이 가장 엄격하게 보호하는 기술 분야 중 하나라 오커스 계획에 차질이 없으려면 미국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 관련 수출통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짐 리시 의원은 전날 성명에서 "기술 보호가 물론 중요하지만, 규제 절차가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과 협력을 방해하거나, 동맹이 자국 방어와 국가안보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는 데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 모든 것을 3국이 앞으로 있을 여러 차례의 정권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는 게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3국이 2021년 9월 15일 핵잠수함 협력 구상을 처음 발표하고, 전날 세부 계획을 발표하는 데까지만, 18개월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일정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미국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의 비확산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트위터에서 지난 20년간 호주 총리만 8명이 취임했다면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달라질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시진핑은 살아 있으면 90대일 테고 조 바이든은 살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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