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중국과 수교 추진…'사실상 단교' 수순에 대만 발끈(종합2보)

입력 2023-03-15 17:14  

온두라스, 중국과 수교 추진…'사실상 단교' 수순에 대만 발끈(종합2보)
대만 총통 4월 방미 앞두고 '외교 훼방' 평가도…중 "올바른 결정" 환영


(서울·베이징=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한종구 특파원 = 중남미 온두라스가 중국과 수교를 추진하면서 현재 수교국인 대만에는 사실상 단교 수순을 예고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에두아르도 레이나 외교장관에게 중국과 공식 관계를 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이런 결정에 대해 "정부 계획을 이행하고 경계를 확장하려는 내 의지의 표시"라고 덧붙였다.
레이나 외교장관도 이날 현지 방송에서 "우리는 사안을 아주 실용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온두라스 주민을 위해 최선의 이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표는 사실상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AFP 통신은 해석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며 대만의 국제 사회 교류를 방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 공식적으로 중국, 대만과 동시에 외교 관계가 유지되는 국가는 없다.
대만은 카스트로 대통령 발표에 "심각히 우려한다"고 표현하며 즉각 반발했다.
대만 외교부는 "우리는 온두라스에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다"면서 "중국이 놓은 덫에 빠져 대만과 온두라스의 오랜 우정을 망치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카스트로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구상을 내놓았으나 지난해 1월 취임 당시에는 대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만중앙통신(CNA)은 지난 1월 레이나 장관이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회동했으며 이에 대만 외교부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대만에서는 중국이 온두라스에 대만과 관계를 끊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도록 설득에 나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카스트로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앞서 온두라스가 수력발전 댐을 짓기로 중국과 협상 중이라고 발표한 지 수주 만에 나온 것이다.
특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다음 달 중남미를 순방하면서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감한 기류가 증폭된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날 카스트로 대통령 발표에 즉각 환영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온두라스의 입장을 환영한다"며 "세계 181개 국가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기초해 중국과 수교했다는 사실은 중국과의 수교가 역사 발전의 대세와 시대 진보의 흐름에 순응하는 정확한 선택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하나의 중국 기초 위에서 온두라스를 포함한 세계 각국과 우호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면 대만 수교국은 13개국만 남게 된다.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온두라스 외에 교황청과 벨리즈, 에스와티니, 과테말라, 아이티, 나우루, 파라과이, 팔라우,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이다.
온두라스 야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야권 인사는 현지 방송에 나와 카스트로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이 온두라스의 최대 무역 상대인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북미에서 송금하는 돈으로 수많은 가족이 생계를 의지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대만과 공식 수교한 것은 아니지만 국제 사회에서 대만 지지를 주도해왔다.
미 국무부는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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