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주의자 얼굴의 '집권 3기' 시진핑, 대미 외교 공세 강화

입력 2023-03-15 12:59   수정 2023-03-15 21:27

평화주의자 얼굴의 '집권 3기' 시진핑, 대미 외교 공세 강화
이란-사우디 외교 관계 복원·우크라 전쟁 평화 중재역 자임
美, 中영향력 확대에 떨떠름…대만문제 등서 갈등 고조될 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집권 3기'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화주의자라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재부팅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시 주석이 숙적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에 기여한 데 이어 1년이 넘게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평화적 해결을 위한 중재역을 자임하고 나선 걸 짚은 것이다.

우선 3년 가까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칩거했던 시 주석이 이미지 변신에 나선 것은 몇 개월 전이다.
그는 5년 주기의 정치행사인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직후인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담했으며, 이를 계기로 중국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연중 최대 이벤트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일인 지난 11일 중국 중재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7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는 사실이 깜짝 공개됐고, 중국 매체들은 시 주석에 주목했다.
이들 매체는 두 국가의 물밑 협상에 시 주석이 크게 기여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이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려는 행보에 정식으로 나선 모습이다.
중국 당국이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주년에 '정치적 해결에 대한 입장'을 내고 직접 대화 조기 재개를 촉구한 데 이어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접촉할 계획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개전 이후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4차례 회담을 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아예 접촉하지 않아 왔다.
시 주석은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로 가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며,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화상 회담을 계획하고 있다.
관건은 시 주석이 푸틴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족할 '묘수'를 갖고 있느냐에 모인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이 같은 평화 메시지와 중재 노력만으로도 국제 사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이런 행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수 주 내에 방중해 시 주석과 국제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이 같은 외교 이벤트를 거친 뒤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담을 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를 두고 대만·'정찰 풍선'·첨단 반도체 갈등 문제 등을 빌미 삼은 미국의 압박을 시 주석이 외교적 공세로 누그러뜨리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해 상하이외국어대 중동문제연구소의 판훙다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베이징에서 합의한 내용을 성공적으로 이행한다면 국제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중국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의 이런 제스처가 러시아와 중국을 한 덩어리로 만들어 국제 무대에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은 이런 중국을 겉으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시 주석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회담 계획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우리는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접촉하는 것을 권장해 왔다"고 무미건조하게 언급했다.
미국 내에는 중재 노력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동안 러시아에 경도돼온 중국이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중재안을 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있어 보인다.
아울러 이란-사우디아라비아 관계 등 중동 문제에 대해서도 미 정관계의 반응은 떨떠름한 기색이다.
예멘 문제를 포함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오랜 대립을 종식하고 평화 해법을 모색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이처럼 중요한 중동 문제가 미국이 배제된 채 논의되는 구조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현장은 물론 대만 문제 등에서 미중 간 외교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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