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인기 흑해 추락 관련해 주미 러 대사 주장
"미국, 러 국경 인근 비행 중단해야" 요구도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흑해 해역에서의 미군 드론(무인기) 추락 사고와 관련 러시아 당국은 미국이 드론으로 정보를 수집해 러시아를 공격하는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15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전날 미군 드론이 러시아 전투기와 대치하다 추락한 사건과 관련해 내놓은 성명에서 이같은 주장을 폈다.
그는 미국 무인기가 매일 흑해 해역에서 유사한 비행을 해왔다고 밝힌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들은 미국에서 수천km 떨어진 곳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첩보용 정보 수집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정보들은 이후 우크라이나 정권이 러시아군 전력과 러시아 영토 를 공격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가령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이 나타났다면 미 공군과 해군의 반응은 어땠을까"라고 반문한 뒤 "미군은 (이 드론의) 자국 영공과 영해 침입 저지를 위해 단호한 행동을 취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미디어를 통한 선전전을 자제하고,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의 비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그동안에도 미국이 공격 목표 좌표 등을 포함한 정찰 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안토노프 대사는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330억 달러(약 43조원) 상당의 군사물자를 제공했다"면서 "상황을 (미·러 간의) 직접적 군사 충돌을 야기할 위험이 높은 의도된 긴장 고조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다만 "소통 채널을 열어 놓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대결을 지향하지 않으며 (미·러) 양국의 이익을 위한 실용적 협력을 지지한다"면서 긴장 고조 예방을 위한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
앞서 14일 오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 간의 교전 지역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크림반도 인근 흑해 해역에서 미 공군의 정보감시정찰(ISR)용 MQ-9 '리퍼' 드론이 추락했다.
미국 측은 러시아 수호이(Su)-전투기 2대가 MQ-9 주변에서 근접저지 비행을 벌이다 그중 1대가 무인기의 프로펠러를 들이받으면서 해당 드론이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침공 작전)을 위해 설정한 비행제한구역 안으로 미군 드론이 들어왔고 이에 비행체 식별을 위해 전투기를 출동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미군 드론이 급격한 기동을 하다 고도를 잃고 통제 불능의 비행 상태로 들어가 해수면과 충돌했다"면서 "러시아 전투기들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드론과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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