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드론-러 전투기' 충돌에 "러, 국제공역서 위험한 행동" 비판
국무부 "러, 고의 아닐 가능성"…당국 "추락前 정보삭제, 회수 못할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간) 흑해 상공에서 미 무인기(드론)와 러시아 전투기가 충돌한 사건과 관련해 "실수하지 말라"며 러시아에 강하게 경고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50여 개국 국방 당국자 간 임시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러시아에 군용기를 안전하게 운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 위험한 사건은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조종사들에 의한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행동 패턴의 일부"라며 "러시아는 군용기를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운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은 어디든 비행하고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MSNBC 인터뷰에서 "현재 최상의 평가는 그것이 고의가 아니었을 가능성"이라며 드론 추락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이 러시아의 의도되지 않은 행위일 가능성을 열어뒀다.
드론 추락을 야기한 러시아의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러시아가 고의로 이런 행위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피력한 것으로, 이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미러 간 충돌로 확대되지 않길 바란다는 희망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지인 크림반도 서쪽 흑해 상공에서 정보감시정찰(ISR)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미 공군의 MQ-9 '리퍼' 드론의 프로펠러를 러시아 수호이-27(SU-27)이 들이받아 드론이 추락했다.
미국은 국제공역에서의 비행에 대한 러시아의 무모한 근접위협비행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러시아는 미 드론이 출입금지 구역을 침범해 식별을 위해 전투기를 출격했을 뿐 충돌은 없었고 드론이 조종력을 상실해 추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자국 상공 인근에서 비행하는 상대국 군용기를 차단하는 행위는 종종 있지만, 물리적 충돌로 미군기가 추락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CNN에 출연, 추락한 드론이 아직 회수되지 않았고 회수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그것을 회수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그것은 흑해의 아주 아주 깊은 물 속으로 떨어졌다"며 "우린 여전히 회수 시도가 실시될 수 있을지를 평가하고 있지만,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추락한 드론을 수중에 넣어 가질 수 있는 정보가치를 최소화하려 최선을 다했다"며 "나는 러시아가 (드론을) 수면으로 끌어내려 시도할지 등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복수의 미 정부 소식통은 CNN에 드론이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 이후 흑해로 떨어지기 전에 러시아가 이를 회수해 기밀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원격으로 민감한 소프트웨어를 삭제했다고 전했다.
미 해군 당국자는 흑해에는 미군 함정이 없으며, 이 때문에 잔해 회수 노력이 극도로 어렵고 시도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번 사건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직접 관여했다는 점이 또다시 확인됐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드론 잔해를 수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어 커비 조정관은 추락한 미군 드론이 우크라이나 또는 다른 나라가 주장하는 영공 밖에서 작전 중이었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면서 "우린 국제법에 따라 계속해서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 전투기가 미 드론의 비행을 차단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라면서 이는 "오판과 오해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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