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미디어그룹 투자금 모아 고가 저택·요트 사들여
"채팅그룹 통해 투자 권유…추종자들 '사이비 종교' 흡사"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중국 지도부 비리 폭로를 시작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스티브 배넌과도 가까이 지내며 유명세를 떨친 중국 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미국에서 1조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연방 뉴욕남부지검은 수천명의 온라인 추종자들을 속여 최소 10억달러(1조3천억원)를 빼돌린 혐의로 궈원구이를 기소했다.
검찰은 궈원구이가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금융수익을 약속하고 자신의 암호화폐와 미디어그룹 등 기업에 투자하도록 권유한 뒤, 투자금을 2천600만달러 주택과 3천700만달러 요트, 350만달러 페라리 등을 사들이는 데 유용했다고 보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궈원구이는 2020년 뉴스 중심 소셜미디어 플랫폼 GTV 미디어그룹 설립을 발표하는 SNS 영상을 게시해 단 6주 만에 4억5천200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투자자 5천500명에게 팔아넘겼다.
그러나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목적을 벗어나 사용됐고, 그중 1억달러는 고위험 헤지펀드에 투자되기도 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궈원구이가 투자자를 모으는 데 사용한 채팅그룹은 그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특권이 주어지는 일종의 '사이비 종교' 같았다는 내부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궈원구이는 또 'G클럽'이라 불리는 일종의 멤버십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프로그램"이라고 광고해 2억5천달러 이상을 투자받고, 자금 일부는 6만2천달러짜리 TV 등을 구입하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궈원구이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기와 돈세탁 등 11건으로, 범죄 수익 6억3천400만달러도 몰수됐다.
중국 부동산 재벌이었던 궈원구이는 2014년 해외로 도피해 2015년부터 미국에 살면서 SNS 등을 통해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폭로했다.
특히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던 왕치산 전 국가부주석의 비리를 알리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도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져 둘의 친분이 주목받았고, 미국 측이 궈원구이를 정보원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배넌은 2018년 궈 미디어와 컨설팅 명목의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에도 궈원구이와 함께 적극적인 '반중' 활동을 펼쳤다.
배넌이 2020년 미-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모금 과정에서 거액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체포된 장소도 궈원구이 소유의 호화 요트였다.
반면 중국 당국은 궈원구이가 뇌물, 납치, 사기, 돈세탁, 성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범죄자라고 주장해왔다.
궈원구이는 이날 더셰리네덜란드호텔 아파트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뉴욕 소방 당국에 따르면 체포 당시 호텔 18층에서 불이 났으며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다.
그는 사기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추후 보석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전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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