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코소보 '관계 정상화' 협상 앞두고 수천명 거리로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17일 저녁(현지시간) 수천 명의 시민들이 코소보와 관계 정상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AFP,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베오그라드 시내의 성 사바 대성당 앞에 모인 4천 명 규모의 시위대는 "항복은 안 된다"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대통령궁을 향해 거리 행진에 나섰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는 18일 북마케도니아 휴양지 오흐리드에서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주재로 고위급 회담을 한다.
부치치 대통령과 쿠르티 총리는 지난달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EU가 두 국가 사이에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적대 관계를 종식하기 위해 제시한 11개 항의 관계 개선 중재안에 잠정 합의했다.
그로부터 약 3주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잠정 합의한 관계 개선 중재안 이행을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담을 하루 앞두고 거리로 나온 시위대는 코소보와 관계 정상화 협상에 반대하며 부치치 대통령에게 EU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 것을 요구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 헌법은 여전히 코소보를 자국의 자치주로 간주하고 있다.
시위 주최자 중 한 명인 밀로시 요바노비치 신민주당 대표는 "관계 정상화 협상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코소보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보수주의 성향의 신민주당을 이끄는 그는 "이번 시위는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극우 단체 자베트니치의 밀리차 듀르데비츠 스타멘코브스키 대표는 "우리는 부치치 대통령에게 오흐리드에서 모든 것을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 이것은 최후통첩"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반역", "(블라디미르)푸틴 만세"를 외쳤다. 세르비아는 유럽 내 러시아의 맹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반대 여론이 들끓자 부치치 대통령은 협상을 이틀 앞둔 16일 취재진에게 "오흐리드에서 무언가에 서명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사실상 협상 결렬을 미리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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