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위임할지, 찬성 또는 반대할지 등 조사해 취합…KT "적법절차 따른 것"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정기 주주 총회를 앞둔 KT[030200]가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임 대표이사 선임 등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의사 및 의결권 위임 여부를 취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번이 적힌 서식에 안건 찬반이나 의결권 위임 의사 등을 표기한 것을 조직 구성원끼리 공람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를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KT 각 조직에서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 여부 등을 조사해 취합 중이다.
엑셀로 작성된 표를 A3 용지에 인쇄한 양식으로, 항목은 의결권 의사 표시, 주총 참석 직접 표시, 우리 사주 조합에 의결권 위임, 의결권 미행사 4가지 항목 중 선택하도록 했다.
이 가운데 의결권 의사 표시를 선택하면 대표이사 선임의 건 등 주총 각 안건에 대해 찬성, 반대, 기권 중 한 가지를 고르도록 했다.
사원 이름은 적히지 않았지만, 양식에는 사번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사측은 우리사주 의결권은 전자투표가 불가능해 이러한 방식으로 의결권 위임 의사를 취합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 A씨는 "상사가 '지금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니 직원들에게 강요하면 큰일 난다'고 하면서 서식을 돌렸지만, 누가 어떤 의사 표시를 남겼는지 같은 서식을 받아보는 팀 내에서 공유되는 상황이라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이날 KT 블라인드에도 이처럼 직원들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 취합하는 데 대해 반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소수노조인 KT새노조는 지난 9일 이사회 사무국에 '정기주주총회 의결권 투명성 강화 요청'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들은 서한에서 "과거처럼 우리사주 의결권 위임과 직원 보유주식 의결권 위임에 회사 조직이 동원된다는 논란이 발생할 경우 주총 결과를 두고 매우 심각한 정당성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노조는 지난해 주총 전에도 "우리사주 의결권을 위임하라고 직원을 압박한다는 내부 고발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KT 측은 "직원들에게 주주로서 권리행사를 위한 의결권 위임 등을 안내한 것이고, 우리사주 의결권 위임 요청은 근로복지기본법에 명시된 법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지분구조는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10.35%, 현대차그룹 7.79%, 신한은행 5.58%, 기타 18.58%, 소액주주 57.36% 우리사주조합 0.34% 등으로 이뤄져 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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