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입소스 조사…"형사 기소되면 지지층 결집 계기 될 것"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수사에 대해 미국인들은 대체로 이 수사가 정치적이라고 여기면서도 혐의 자체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 조사 기관 입소스는 20∼21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 성인 1천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응답자 중 415명은 공화당 지지층, 383명은 민주당 지지자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관련 수사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80%가 공화당 지지층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는 32%에 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한 포르노 배우와 과거 성관계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삿돈으로 합의금을 지급한 뒤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관련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뉴욕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뉴욕 검찰을 정치 검사로 규정하고 자신이 조만간 체포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지층에게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번 수사가 정치적 성격을 지녔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포르노 배우에게 입단속을 대가로 돈을 지불했다는 혐의 자체는 사실이라고 보는 비율은 70%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공화당원 절반이 여기에 동의했다.
응답자 62%는 이와 더불어 트럼프가 장부 등 사업 기록을 위조하고 사기를 저질렀다는 의혹에도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이번 수사가 얼마나 이례적인 것인지 잘 알 수 있게 해준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사례는 아직 없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는 곧 지지층 결집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곧 체포될 것이라고 발표한 뒤 지지층 사이에서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트럼프 자택 주변에 집결하자는 주장이 확산하기도 했다.
검찰이 실제 체포에 나설 경우 지지자들이 직접 저지에 나서겠다는 취지였다.
잠재적 대선 경선 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해온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주(州) 주지사도 앞서 "현 상황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경쟁) 패러다임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성 추문 입막음 의혹 외에도 백악관 기밀문서 반출, 2020년 의회 폭동 선동 혐의 등으로도 수사받고 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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