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정부 "쌀 과잉생산 심화" 우려
농민단체도 개정안에 반대…"정쟁 수단으로 변질"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사들이도록 강제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실제 시행이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거부권 건의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을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이에 개정안을 재통과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양곡법 개정안은 정부의 의무 수매를 통해 쌀값 폭락을 막는다는 내용이지만, 일각에선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지금의 쌀값 하락세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내용과 개정안에 대한 정부, 농민단체 등의 입장 등을 정리했다.
--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뭔가.
▲ 쌀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가격이 5∼8%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해 쌀 가격을 안정화시킨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애초 의무 수매 기준을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떨어질 때'로 정할 예정이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에 따라 수정안으로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2021년산 쌀 생산량이 전년과 비교해 10% 이상 늘면서 산지 쌀값이 하락했다.
산지 쌀값은 2021년 10월부터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해 9월 15일에는 20㎏당 4만725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4.9%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77년 관련 통계를 조사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 쌀 의무 수매에는 어느 정도 예산이 들까.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연구에서 양곡법 개정안 시행 시 쌀 의무 수매에 드는 비용은 올해 5천737억원 수준에서 매년 늘어 2027년 1조1천872억원, 2030년 1조4천659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벼 재배면적 감소폭이 둔화되면서 쌀 초과 생산량이 점차 확대되는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는 이날 통과한 개정안이 아니라 앞서 발의된 의무 수매 기준을 반영했을 때 수치다.
--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값은 어느 정도로 안정될까.
▲ 농촌경제연구원은 앞서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산지 쌀값은 2030년 80㎏에 17만2천709원으로 지금의 18만7천만원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산지 쌀값은 시행 시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 정부는 양곡법 개정에 왜 반대하나.
▲ 정부는 남는 쌀을 의무 수매할 경우 쌀의 판로가 보장되면서 쌀 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농촌경제연구원은 2030년 공급과잉 물량이 63만t(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농가에서 쌀을 재배하면서 정작 필요한 밀, 콩, 가루쌀 재배는 줄어 식량안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도 우려한다.
이 밖에 매년 1조원 안팎의 예산을 쌀 수매에 투입하며 청년 농업인 육성, 스마트팜 산업 활성화 등에 대한 투자가 어렵게 돼, 미래 농업·농촌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양곡법 개정안에 대한 농민단체 입장은.
▲ 양곡법 개정안을 두고 대다수 농민단체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은 쌀에 예산이 편중돼 다른 품목에 대한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농민 의사는 반영하지 않고 법 개정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반면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앞서 발의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보다 후퇴한 내용인데다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면서 중재안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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