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총선 유세서 '도둑' 언급…하원 사무국은 의원 자격 박탈 결정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내년 총선을 앞둔 인도에서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증손자이자 야권 핵심 지도자인 라훌 간디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24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수라트 지방법원은 전날 간디에게 2019년 총선 유세 발언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2년 형을 선고했다.
간디는 당시 유세에서 "어떻게 모든 도둑은 모디라는 성(姓)을 갖고 있느냐"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은행 사기를 저지르고 도피 중이던 보석재벌 니라브 모디 등을 싸잡아 겨냥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구자라트주 의원 푸르네시 모디는 모디 성을 가진 수천만 명이 모욕당했다며 간디를 고소했다. 구자라트주는 모디 총리가 연방 총리에 오르기 전인 2001∼2014년 주총리를 역임한 곳이기도 하다.
이에 간디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공동체도 겨냥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간디는 전날 판결 후 보석으로 석방됐으며 형 집행은 한 달간 유예됐다. 간디는 이 기간에 항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하원 사무국은 이날 "법에 따라 간디의 하원 의원 자격을 박탈한다"고 전격 공지했다.
인도 법에 따르면 의원이 법원에서 2년형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직을 잃게 된다.
간디로서는 상급 법원에서 이번 판결을 뒤집어야 의원 자격을 회복하고 향후 총선에도 나갈 수 있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INC를 포함한 야권은 크게 반발했다.
INC 의원인 마니시 테와리는 "하원 사무국이 의원 자격을 박탈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이 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통사람당(AAP)을 이끄는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주 총리도 비록 우리는 INC와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지만 적어도 간디와 관련한 이번 명예훼손 판결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INC 등 일부 야당 의원은 이날 뉴델리 중심가에서 시위를 벌였다.
1885년에 설립된 인도 최대 사회단체이자 독립운동 단체 INC는 1947년 독립 후 정당으로 변신, 지난 70여년간 인도 정치를 주도했다.
하지만 네루 전 총리의 딸인 인디라 간디 전 총리와 외손자 라지브 간디 전 총리가 각각 1984년, 1991년 암살당하고 라훌 간디가 2014년, 2019년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나섰다가 모디 총리에 완패하면서 위상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현재 하원 543석 가운데 BJP는 과반인 302석을 차지한 반면 INC의 의석수는 51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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