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금리인상·경기둔화 등 악재 여전…시장회복은 시기상조"
"공시가 하락에 보유세 부담 줄어 관망세…다시 거래 침체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정부가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1분기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전 분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이달 23일까지·계약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량은 2만5천941건으로 작년 4분기(1만3천650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은 2천124건에서 4천812건으로 늘었고, 경기(8천910건→1만6천665건), 인천(2천616건→4천464건) 등 모두 전 분기 대비 증가해 작년 2분기 거래량을 회복했다.
거래량과 함께 아파트 매매가도 다소 회복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 실거래가격 지수에 따르면 올해 1월 수도권 ㎡당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7개월 만에 700만원대를 회복했다.
수도권 아파트의 ㎡당 평균 매매가는 작년 1월 760만원이었으나 같은 해 7월에는 684만원으로 700만원대가 붕괴했다. 이후 작년 12월까지 6개월 연속 600만원대에 머무르다 올해 1월 721만원으로 상승했다.
서울도 올해 1월 ㎡당 1천293만원으로 전월(1천269만원)보다 올랐다.
작년 말 차갑게 식었던 청약시장도 올해 들어 다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다만 서울 등 입지 선호도가 높은 지역과 인근 시세보다 분양가 경쟁력이 있는 일부 단지에만 쏠리는 양극화 현상은 심화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56대 1로 전분기(6대 1)보다 크게 상승했다. 이는 작년 1분기(42.6대 1)보다도 높은 것이다.
같은 기간 인천은 0.3대 1에서 1.2대 1로 소폭 상승했고, 경기는 3.0대 1에서 0.9대 1로 떨어졌다.
서울 일부 단지에서 1순위 경쟁률이 수백대 1을 기록하는 등 극히 높게 나타나면서 서울 청약 경쟁률을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이달 초 분양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98가구 모집에 1만9천여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1순위 경쟁률 198.8대 1을 기록했다.
뒤이어 분양한 서울 은평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도 1순위 경쟁률 11.4대 1로 마감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경기에서는 구리시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지난달 1순위 경쟁률 7.3대 1로 마감했고, 같은 달 나온 경기 하남시 '그린나래'도 1순위 경쟁률 4.4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이달 분양한 경기 평택시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은 1천548가구 모집에 131명만 청약하면서 턱없이 미달했다. 올해 1월 나온 인천 미추홀구 '인천석정 한신더휴'도 139가구 모집에 36명만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규제완화의 영향으로 최근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거래가 다소 살아나고 일부 단지는 매매가도 소폭 오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를 시장 회복 신호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리얼투데이 김웅식 리서치연구원은 "규제 완화 기조에 매수 심리가 살아난 영향"이라면서도 "미국 연준에서 금리를 또 올렸고 급매 위주로 이미 거래가 많이 이뤄진 상황이라 아직 완전하게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얘기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초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이달 들어 거래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며 "역대 최대 폭의 공시가격 하락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면서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보유자가 급하게 처분하는 대신 높은 호가를 유지하면서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 거래가 다시 침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높은 금리 수준과 경기둔화 등 대내외적 악재도 여전하다.
여 수석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베이비스텝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부담이 다소 덜어진 것은 맞지만 금리 격차가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상 압박은 한 번 더 있을 수 있다"며 "현재도 높아진 금융비용 때문에 선뜻 수요자들이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둔화 우려가 겹쳐 한동안은 관망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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