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3년만에 정책 반대 집회…참가자 목에 번호표 걸어

입력 2023-03-26 16:07  

홍콩서 3년만에 정책 반대 집회…참가자 목에 번호표 걸어
매립지 계획 반대 시위…80명 참가에 경찰 50명 배치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3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26일 당국의 허가 속에 열렸다.
2019년 시작해 2020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반정부 시위 이후 홍콩에서 이러한 종류의 집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더스탠더드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홍콩 정관오 지역 주민 약 80명이 정부의 인근 지역 매립지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가두 행진을 벌였다.
모든 참가자는 이날 목에 주최 측이 배포한 번호표를 걸었으며,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앞서 이 집회를 허가하면서 "범죄자의 개입과 불법·폭력 사태 방지를 위해" 참가자를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번호표를 목에 걸 것을 요구했다.
또한 2019년 반정부 시위 기간 제정된 시위 현장 복면 금지법에 따라 참가자는 얼굴을 가리는 복면을 착용해서는 안 되며, 불가피한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경우는 사전에 합리적인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알렸다.
이와 함께 시위대 규모는 100명으로 한정했고, 주최 측은 집회에서 국가안보를 위협에 빠트리는 발언이나 행동이 벌어지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시위 주최 측은 애초 300명 이상의 주민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경찰의 엄격한 요구를 접한 뒤 주저하게 됐고 결국 준비한 100개의 번호표 목걸이 중 이날 약 80개만 배포됐다고 밝혔다. 일부는 번호표 목걸이 착용에 모욕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에서는 이달 1일부로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마스크 의무 착용이 폐지됐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가 코로나19와 독감 등을 우려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주최 측의 크리스 찬 씨는 "시위 참여 조건이 엄격했지만 우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러한 조건이 이번 한 번 만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평화 집회를 개최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약 50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홍콩에서 2020년 6월 30일 국가보안법 시행 후 정치·사회적 성격의 집회가 당국의 허가를 받은 것은 이달 초 홍콩여성노동자연합이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앞두고 계획한 집회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홍콩여성노동자연합은 지난 5일 열려던 집회를 전날 밤 돌연 취소하면서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콩 경찰은 일부 폭력 단체들이 해당 집회에 참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4일 개막한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영향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2일에는 홍콩도교연합회가 '홍콩 도교의 날'(3월 둘째 일요일)을 맞아 이를 축하하는 퍼레이드를 계획했지만, 경찰이 퍼레이드 대신 일정한 장소에서 집회 개최를 권고하면서 이를 취소했다
이 역시 양회 기간 어떠한 문제도 피하려는 홍콩 당국의 뜻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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