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벨라루스 추가제재"…프랑스 "유럽 전략안정성 훼손"
독일·폴란드도 규탄…미국 "실제로 배치된 건 아직 아니다"
(베를린·서울=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유철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웃 동맹국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힌 데 대해 서방이 일제히 비난 목소리를 내며 결정 재고를 촉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발표와 관련 "러시아의 핵위협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아직 러시아의 핵태세에 변화가 없어 이에 대한 대응은 불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나토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의 핵태세에 우리의 핵태세를 조정할 정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이 수십년간 전술 핵무기를 나토 동맹국에 배치해왔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는 "나토의 핵공유와 관련한 러시아의 언급은 완전히 잘못됐다"면서 "나토 동맹국은 국제조약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대한 참여 중단을 선언하는 등 지속해서 군축협정을 위반해 왔다"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유렵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트위터에서 "벨라루스가 러시아 핵무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무책임한 긴장 고조 행위이며 유럽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벨라루스는 지금도 그 일을 멈출 수 있다. 그것이 그들의 선택지"라며 "EU는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로 대응할 태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푸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자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히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의도가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아직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결정은 (2019년 파기된) 중거리핵전력조약(INF)과 지난달 푸틴 대통령의 뉴스타트 참여 중단 선언에 뒤이어 유럽 전략안정성 통제체제를 훼손하는 또다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외무부는 "러시아가 핵보유국에 요구되는 책임감을 보여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는 이 합의(벨라루스와의 전술핵 배치 합의)를 재고하길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독일 정부도 "벨라루스 내 핵무기 배치에 관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또다른 핵위협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끌어들인 나토의 핵공유 관련 비유는 사태를 오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 행보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벨라루스는 최근 국제사회에 여러 차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토의 동부 최전선 폴란드도 유럽과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 강화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25일 미국이 수십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왔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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