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팔 이유 없다"…서울 아파트 급매 사라지며 일부 버티기 돌입
보유세 50∼70% 감소…종부세 빠지고 재산세 특례 대상되기도
금융시장 불안에 매수세도 줄어 한동안 관망세 전망…증여는 다시 늘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 강남과 강북에 아파트 각각 1채씩 보유하고 있는 A씨는 작년에 팔려고 내놨던 강북 아파트 매물을 지난 주말에 거둬들였다.
종합부동산세까지 합쳐 6천만원에 육박하는 보유세 부담에 매도를 결심했는데 매수자들이 '급급매'만 찾은 탓에 팔지 못한 물건이다.
A씨는 "올해 공시가격이 20% 가까이 떨어진 데다 종부세 인하로 보유세 부담이 작년보다 6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유세 2천500만원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긴 하지만 일단 급급매로 파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 양도소득세 중과가 유예된 내년 5월 전까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서울 평균 17.3% 떨어지는 등 역대 최대 하락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급매물이 사라지고,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매수세가 감소한 가운데, 보유세 부담이 줄자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보류하거나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28일 강남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이르면 상반기중 조합설립인가가 떨어지면 매매가 제한되는데도 현재 일부 저층 외에 매물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마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15억원 초과 주택담보 대출 허용 이후 급매물이 거의 다 팔렸는데 공시가격과 보유세 인하 소식까지 더해지며 급매물이 싹 사라졌다"며 "집주인들도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인데, 매수자들도 가격이 오르니까 관망하고 있어 거래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세무 전문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인하로 서울의 주요 아파트를 보유한 2주택, 3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작년보다 무려 70%가량(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60% 적용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택자도 중고가 아파트의 보유세 세부담이 작년보다 40∼5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하는 수요가 감소했다.
강남3구를 제외한 비강남권의 아파트는 대부분 종부세 대상에서 빠진 것은 물론, 일부는 올해까지 공시가 9억원 이하에 주어지는 재산세 특례세율(0.05%포인트 인하) 적용도 받게 됐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3억8천200만원에서 올해 10억9천400만원으로, 왕십리 텐즈힐 전용 84.92㎡는 12억7천200만원에서 9억4천7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내려가면서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런가 하면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 전용 84.88㎡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1억8천400만원으로 종부세 대상이었으나 올해는 8억3천80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재산세 특례를 받아 보유세가 작년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고덕동 현대아이파크 전용 84.98㎡도 작년 공시가격이 11억5천100만원으로 종부세 대상이었으나 올해는 8억1천500만원으로 하락하며 종부세는 안내고 재산세는 특례세율을 적용받는다.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 급매가 다 팔리고 이보다 2억∼3억원 비싼 정상 매물만 남게 되자 최근 매수문의와 거래가 줄었는데 여기에다 올해 공시가 하락으로 보유세도 작년의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다"며 "매물 자체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공시가격 발표 당시 5만8천954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26일 6만399건까지 늘었으나 일단 27일 기준 5만9천728건으로 소폭 감소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매수세가 감소한 상태에서 일단 시장의 관망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큰 폭의 공시가격 인하와 보유세 감소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와 가격 하락을 막아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역전세난, 경기침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의 영향으로 매수자들도 쉽게 움직이긴 어려워 다시 거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보유세 부담이 줄면서 개인 사정이 급한 집주인이 아니면 호가를 다시 급매 수준으로 낮추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매도 매수자간 눈치보기 장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연초 급감했던 증여 수요는 다시 증가할 전망이다.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이 종전 시가표준액(공시가격)에서 올해부터 시가인정액(매매가액·감정평가액·경공매 금액)으로 바뀌며 세부담이 늘었지만, 집값 하락으로 증여세 자체 감소폭도 크기 때문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연초 매도를 고려했던 다주택자들이 호가가 살짝 오르고, 보유세 부담도 줄어들자 매도를 보류하고 '정중동'에 들어간 상태"라며 "대신 급매로 싸게 파느니 차라리 지금처럼 집값이 낮을 때 증여하겠다며 상담해오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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