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부터 일제 징병까지…가해 역사 흐리는 日교과서(종합)

입력 2023-03-28 17:10   수정 2023-03-28 18:40

임진왜란부터 일제 징병까지…가해 역사 흐리는 日교과서(종합)
'징병' 삭제하고 자발적 참전 시사…간토 조선인 학살 지우기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박상현 박성진 특파원 = 28일 일본 문부과학성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통과한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가해 역사를 흐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연합뉴스가 내년 봄 학기부터 사용되는 초등학교 6학년 사회과목 3종을 분석한 결과, 임진왜란과 일제 식민지 지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태평양전쟁 조선인 징병 등의 역사 기술이 부분적으로 개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자국 역사를 본격적으로 가르친다.
◇ 임진왜란 조선인 피해 삭제…왜군 피해 추가
2019년에 검정을 통과한 일본문교출판의 기존 교과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의 결과에 대해 "조선의 국토가 황폐해지고, 많은 조선인이 희생됐다"고 기술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검정을 통과한 이 출판사의 임진왜란 기술에선 이런 표현이 사라졌다.
오히려 "천하(일본) 통일을 달성한 히데요시는 다음으로 중국(명)을 정복하려고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을 따르고 있던 조선에 대군을 보냈다. 그러나 조선에서 전쟁이 잘 진행되지 않아 큰 피해가 날 뿐이었다"며 왜군의 피해와 관련한 기술을 추가했다.
침략을 당한 조선의 피해와 관련한 내용은 삭제하고 침략자의 피해를 추가 기술한 것은 약 400년 전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가해 역사를 희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도쿄서적의 올해 검정 통과 교과서에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도자기가 일본에 전해진 과정을 설명하면서 "2번의 전쟁에서 조선의 국토는 파괴되고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하거나 일본으로 끌려왔다"는 기술을 유지했다.
교육출판의 경우 기존 교과서는 물론 새 교과서에도 임진왜란 당시 조선인이 겪은 고통에 대한 기술이 없다.

◇ 한일 강제병합·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기술도 개악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는 과정에 대한 기술도 일부 개악됐다.
도쿄서적 기존 교과서에는 한일 강제병합과 관련해 "식민지가 된 조선의 학교에선 일본어 교육이 시작되는 한편, 조선의 역사는 가르치지 않아 사람들의 자긍심이 깊이 상처받게 됐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이 출판사의 새 교과서는 이런 조선인의 민족적 상실감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고 "일본어 교육이 시작되는 한편,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됐다"고만 기술했다.
아울러 3종의 교과서는 모두 일본의 한반도 지배권 장악의 계기가 된 러일 전쟁에 대해 당시 일본의 승리가 구미의 지배를 받던 아시아 국가에 용기 혹은 희망을 줬다는 아전인수식의 기술을 유지했다.
일본문교출판은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삭제했다.
이 출판사의 기존 교과서에는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고 있다'는 등의 잘못된 소문이 퍼져 많은 조선인이 살해되는 사건도 일어났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새 교과서에선 이런 기술이 사라졌다.
다만, 도쿄서적과 교육출판은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과 중국인이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는 기술을 유지했다.
◇ 조선인 징병 강제성 희석화 논란…"지원해 병사가 된"으로 기술
태평양전쟁 기간 본격화한 조선인 징병에 대해서는 강제성을 희석하는 내용이 추가돼 논란이 예상된다.
도쿄서적의 기존 교과서는 "남성은 일본 병사로 징병"이라고 기술했지만, 새 교과서는 "남성은 일본군 병사로 참여하게 됐고, 나중에 징병제를 실시"라는 표현으로 변경했다.
특히, 많은 조선인 병사가 오와 열을 맞춰 앉아 있는 교과서 게재 사진에 대한 설명은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이란 기존 기술을 "지원해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바꿨다.
이런 설명은 조선의 많은 젊은이가 자발적으로 일본군이 됐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도쿄서적은 시장점유율 1위(55%)로 많은 일본의 초등학생이 이 교과서로 공부한다.
아울러 교육출판은 "일본군 병사로 징병해 전쟁터로 보내거나 했다"는 기존 교과서 표현에서 '징병해'를 삭제했다.

◇ 징용 표현 "강제적으로 끌려와"→"강제적으로 동원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해서도 강제성 관련 표현이 다소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도쿄서적의 새 교과서는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해 "전쟁이 길어지면서 일본에 일손이 부족해지자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적으로 동원돼 공장과 광산 등에서 심한 조건 아래서 힘든 노동을 해야 했다"고 기술해 동원의 강제성은 인정했다.
다만, 도쿄서적 기존 교과서의 "강제적으로 끌려와"라는 표현은 "강제적으로 동원돼"로 달라졌다.
강제로 끌려왔다는 표현이 일본 정부가 각의(閣議·국무회의) 결정으로 사실상 사용을 금지한 '강제연행'에 가까운 뜻이기 때문에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도쿄서적은 '강제', '동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다른 교과서에는 그런 표현이 없다.
교육출판은 강제징용에 대해서 "국내의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조선과 중국에서 많은 사람을 일본으로 끌고 와서 광산 등에서 힘든 노동을 시켰다"는 기술을 유지했다.
일본문교출판도 "전쟁이 길어지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져서 일본의 공장과 광산 등에서 많은 조선과 중국 사람에게 노역을 시켰다"는 표현을 유지했다.
한편,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기술은 없고,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위안부 관련 내용이 나온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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