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업체 밀집한 장쑤성 쿤산 직격탄…구직난·임금 하락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악화에 불안감을 느낀 대만 제조업체들이 동남아로 떠나면서 중국의 수출기지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28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 중국의 대표적인 수출기지인 장쑤성 쿤산이 대만 기업들의 철수로 경제적 곤경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주장(珠江) 삼각주와 함께 중국의 양대 경제벨트인 양쯔강(揚子江) 경제권에 속하는 쿤산은 대만과 가까워 대만 제조업체들이 대거 진출해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대만 업체들이 수출을 주도한 쿤산은 중국의 현(縣)급 시(市) 가운데 경제 규모 1위에 오르고, 임금도 내륙보다 30% 많아 '강소 도시'의 면모를 갖췄으나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 경색과 양안의 첨예한 갈등으로 불안감을 느낀 대만 업체들이 잇따라 생산시설을 동남아로 이전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쿤산에 있는 1천529개의 대만계 자본의 제조업 공장들도 인력 채용과 설비 확대에 소극적이다.
작년 10월 이후 중국의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주문 물량이 줄어든 데다 중국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대만 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과 엄격한 방역 통제로 중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던 지난 3년 동안 인력을 꾸준히 충원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채용을 줄였다.
이에 따라 구직난이 발생하면서 생산직 노동자 임금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1년 전 시간당 25위안(약 4천700원)이었던 노동자들의 시급은 현재 19위안(약 3천800원) 아래로 떨어졌으며, 그나마 장년층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들어 인력 채용 축소에 나선 애플 협력업체 폭스콘 쿤산 공장은 지난해 45세 미만이었던 채용 연령 제한을 40세로 낮췄다.
폭스콘에 물자를 조달하는 쿤산의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조달 물량이 작년 동기보다 3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대만의 고객사들이 인도와 베트남으로 이전했다"며 "서양 가전업체들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항셍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왕단은 "쿤산은 대만 기업의 진출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대만 기업들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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