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세·월세 매물 증가…보증금 수천만원 낮추는 건 예사"
전세사기 막으려 5월부터 HUG 보증가입 기준 전세가율 100%→90%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서울 강서구 빌라 임차인 A씨는 오는 5월이면 전세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매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년 전에는 보증금 2억5천만원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던 집이지만, 공시가격이 내려가고 보험 가입 기준이 높아지면서 보증금을 수천만원 내리지 않고는 가입이 불가한 상황이 돼버린 탓이다.
이 투룸 공시가는 지난해 1억7천400만원이었으나, 올해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안에서는 1억6천400만원으로 1천만원 낮아졌다. 게다가 오는 5월부터는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공시가격의 140%에 전세가율 100%가 아닌 90%를 적용하면서 최대 보증금 2억664만원인 주택까지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2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연립·다세대 주택의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6.0% 하락했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18.61%)보다 하락 폭이 작지만 연립·다세대 주택 특성상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이 많아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는 세입자가 많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전세 사기 방지 대책 일환으로 오는 5월부터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강화하기로 했다. 또 주택 가격 산정할 때 기준도 작년까지 기존 공시가격의 150%였으나 올해부터 140%로 적용했다.
여기에 공시가격까지 낮아지면서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 상한선도 내려갔다.
현장에서는 벌써 보증보험 가입 기준에 맞춰 기존 전세가보다 수천만원 내린 가격에 전세 매물을 올려놓거나, 보증금을 낮춘 대신 차액을 월세로 받는 움직임이 보인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 사기 우려 때문에 세입자들이 보증보험 가입이 안 되는 물건은 계약하려 하지 않아 보증금을 가입 요건에 맞게 낮춰야 한다고 집주인들에게 설명하고 있다"며 "보증금 수천만원을 낮추는 건 예삿일이고 보증금을 낮춘 만큼 월세를 추가로 받거나 아예 반전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연립·다세대 주택 전세 매물 중 'HUG 안심 전세 가능', '공시가 하락 관련 협의 가능' 등을 내건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국토부와 HUG는 보증보험 가입 기준 강화는 전세 사기 방지를 위해 필요한 정책인 데다, 공시가격 하락과 함께 전셋값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보증보험 가입 대상 감소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공시가격 150%에 해당하는 금액에 전세가율 100%까지 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주택가격 산정기준이 전세 사기에 악용됐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전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기준 강화가 필요했던 것"이라며 "정책 취지를 고려하면 올해 공시가격 하락 폭이 크다고 해서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섣부른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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