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미국 의회에서도 동조 움직임 있어…성사되면 중국 반발 불보듯"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미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공식적으로는 주권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대만의 조세협정 체결 요구를 받아들일까.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TSMC의 투자 확대를 계기로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미국 측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워싱턴 정가에는 중국의 반발 우려에도 동조론이 상당히 퍼져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실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29일 의회에서 조세협정과 같은 장치의 부재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재무부와 국무부가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미국에서 공장을 증설하기로 한 대만의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 TSMC의 이중과세 해소 요구에 "의회의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며 "나는 희망하지만…"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는 이미 움직임이 있다.
공화당 소속 토드 영 상원 의원 등은 조세협정 체결을 권유하는 결의안을 지난달 공동 제안했다.
이런 기류의 확산 배경에는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TSMC의 투자가 있다.
반도체 제조시설 증설은 재선 도전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치적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방지법'(IRA)과 '반도체칩·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을 내세워 첨단 산업 위주로 자국 내 제조업 강화를 꾀하고 있다.
TSMC는 함께 일해야 하는 협력업체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이중과세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중과세 문제 해결을 요구해 온 대만 정부는 여러 경로로 TSMC를 지원하고 있다.
워싱턴 주재 대만 대표부는 올해 워싱턴 정가에 이중과세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하는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 자료는 미국에서 영업하는 대만 기업이 부담하는 실효세율은 이익의 51%로 한국이나 호주 기업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국가 간 조약인 조세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대만을 주권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여서 중국의 엄청난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사안이다.
당장 지난 29일 중미 2개국 순방 길에 오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내주 미국을 경유하면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 정부는 이 일정 하나에도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그(차이 총통)가 매카시 의장과 접촉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훼손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또 하나의 도발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에 결연히 반대하며, 반드시 반격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최근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며 중국과 반목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만과는 비공식적인 관계만 이어오고 있다.
다만 미국처럼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지 않은 일본이나 영국, 캐나다 등은 대만과 조세 관련 협정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협정은 중국이 현재처럼 지정학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전에 체결됐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미국도 탈세 대응 차원에서 대만 은행 계좌를 가진 미국인 납세자들을 통지받는 내용의 합의를 2016년 대만 측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과 대만 간 경제 분야 협정은 정부 간에 직접 체결하기보다는 매개 조직을 경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많은 경우 민간 기관 성격의 미국재대만협회(AIT)와 주미 대만경제문화대표부(TECRO)가 그 역할을 맡았다.
TECRO는 이중과세 해소는 양측 기업에 이롭다며 최대한 빨리 협상을 개시하기를 바란다고 최근 밝혔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미국 정부가 창의적인 방안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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