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례 질문에도 "할 말 없다"…백악관 "뉴스 보고 기소사실 알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결정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31일(현지시간)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최근 토네이도로 큰 피해를 본 미시시피주(州)로 향하기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나라를 분열시킬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할 게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가 걱정되느냐'는 물음에도 "트럼프 기소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이번 기소가 법치에 무슨 의미가 있나',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으로 보느냐'라는 후속 질문에도 "전혀 할 말이 없다", "트럼프에 대해 언급할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잇단 질문에 '노 코멘트'로 일관한 것은 미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첫 기소라는 민감한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자신과 맞붙을 공산이 작지 않은 정적이고, 그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도가 만만치 않은 터여서 기소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좀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러운 행보로도 해석된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야당인 공화당에서 이번 기소를 이끈 맨해튼지검의 검사장이 민주당 소속임을 내세워 '정치적 수사'라고 공격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모든 미국인처럼 어제 뉴스 보도를 통해 그 소식을 알게 됐다"며 백악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에 대한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이 전날 언론 보도를 본 직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소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 우려에 대한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평화적인 시위 권리를 지지한다"고만 언급하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추측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전날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인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돈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를 결정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박해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미국 기자가 러시아 당국에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과 관련해 "(러시아는) 그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있는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할 것이냐는 질문엔 "당장 그런 계획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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