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저축은행 순익 '반토막'…작년 말 고금리 예금 판매 여파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지난해 주요 저축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이 급감하고, 주요 고객층인 중·저신용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며 연체율은 최대 4%대까지 치솟았다.
2일 각 저축은행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규모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6천952억원으로 전년 동기(8천764억원) 대비 20.7% 감소했다.
회사별로 보면 40% 넘게 순이익이 급감한 사례도 있었다.
자산 규모 2위인 OK저축은행은 지난해 1천3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전년(2천434억원)과 비교하면 43%나 줄었다.
페퍼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 역시 2021년(817억원) 대비 37% 감소한 513억원에 그쳤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도 3천2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전년보다는 순이익이 6% 감소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전년보다 7% 감소한 832억원, 웰컴저축은행은 16% 감소한 5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자산 규모 상위사 외에도 여타 저축은행의 실적 악화 사례가 이어졌다.
JT친애저축은행은 전년 동기보다 48% 급감한 197억원, 상상인저축은행은 23% 줄어든 4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금융지주 계열사인 KB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의 당기 순이익은 각각 129억원, 97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52% 급감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의 실적이 둔화한 것은 지난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 금리가 오르자, 저축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자금시장 경색으로 업계가 수신(예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대 연 6%대 예금 특판 상품이 줄줄이 출시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이자 비용은 총 2조9천1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1조7천215억원) 대비 69.5% 증가한 규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급격한 조달 비용 상승으로 예대마진(예금·대출금리 차이)이 축소된 것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전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중·저신용자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면서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치솟았다.
상위 5개사 가운데는 OK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전년 말보다 1.05%포인트(p) 오른 4.93%로 가장 높았고, 페퍼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연체율이 1.78%포인트 오른 4.12%로 나타났다.
전체 저축은행 79곳의 작년 말 총여신 연체율은 3.4%로, 전년 말(2.5%)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연체율이 악화됐으나,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과거 저축은행 연체율을 보면, 지난 2016년 말에는 연체율이 5.8%까지 오른 바 있다.
금감원은 "잠재 부실 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저축은행이 손실 흡수능력을 높이도록 지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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