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택시나 버스를 타고 가면서 또는 길을 걷거나 쇼핑을 하면서 휴대용 무선 전화기로 통화할 수 있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미국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3년 4월 4일자 지면에 보도한 내용이다.
이 신문은 당시 시카고에 본사를 둔 '모토로라'(Motorola)의 선임 연구원이던 마틴 쿠퍼(92)가 직접 개발한 휴대전화기 초기모델로 '공식 통화'에 성공한 다음날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쿠퍼는 1973년 4월 3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6번가에서 경쟁사 AT&T 산하 벨 연구소(Bell Labs) 소장이던 조엘 엥글(87)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기로 전화하고 있다. 손에 들고 이동하며 통화할 수 있는 진짜 휴대전화기"라고 말했다고 시카고 ABC방송은 전했다.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이 휴대전화기는 모토로라가 1983년 출시한 세계 최초 상업용 휴대전화기 '다이나택'(DynaTAC) 8000X의 원형으로 길이 25cm 벽돌 크기에 무게는 1천134g에 달했다. 100% 충전시 통화 시간은 최대 35분에 불과했다.
모토로라는 1960년대에 시카고 경찰청이 제작 주문한 양방향 무전기 시스템을 토대로 이 전화기를 만들었다.
쿠퍼와 7명의 동료는 1973년 10월 17일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전화기·통신타워 네트워크 포함 '무선 전화 시스템'(Radio Telephone System)에 대한 특허를 받았으나 상용화까지 10년이 걸렸다.
1983년 3월 6일 첫 출시된 '다이나택 8000X'의 가격은 3천900달러(약 510만 원), 현시세로 치면 1만2천 달러(약 1천700만 원)에 달한다.
쿠퍼는 첫 휴대전화 통화 50주년을 맞아 CNN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기를 갖고 있는 세상으로 바뀐 것에 놀라지 않는다. 예전에 우리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전화번호를 부여받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죽은 것인 날이 올거다'라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성인의 97%가 다양한 종류의 휴대전화기를 소유하고 있다.
쿠퍼는 "1970년대에 모토로라는 AT&T의 전설적 연구기관 '벨 연구소'에 앞서 휴대전화기를 만들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들은 세계 최대 규모 회사였고 우리는 시카고에 있는 작은 회사였다. 그들이 우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에 우리가 기회를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첫 통화에 성공한 후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데 대해 "제조 문제와 정부 규제 때문이었다"며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규제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FCC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쿠퍼는 "요즘 대다수의 엔지니어들이 기술·장치·하드웨어에 골몰하느라 '기술 개발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란 사실을 잊어버린다"며 "인간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그게 전부"라고 강조했다.
쿠퍼는 50년 전 자신이 처음 세상에 알린 휴대전화기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그는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아이폰을 쓰고 있다면서 "애플워치로 수영 기록을 확인하고 보청기는 아이폰과 연결해놓았다. 기술 발전이 인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스마트폰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나는 낙천주의자다. 전체적으로 휴대전화기는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진전시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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