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인부절차 전에 지문 찍고 신분 확인…'머그샷'은 생략
트럼프 대선 본부, 공식사이트에서 '가짜 머그샷' 티셔츠 판매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의 전직 대통령 중에서 최초로 형사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평소와 달리 입을 굳게 닫은 모습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해 검찰 기소에 대해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한 것 이외에는 침묵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날 오후 1시께 숙소인 트럼프타워를 나설 때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며 자신감을 보였다.
법원으로 가는 차량 안에서는 소셜미디어(SNS)에 "너무나도 초현실적"이라면서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지만 정작 법원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비밀경호국(SS) 직원들과 형사법원으로 입장한 그는 신원 확인 절차를 마친 뒤 대기 중인 취재진을 향해 아무런 발언도 없이 재판정으로 곧바로 입장했다.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남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 차림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정 앞줄에 마련된 피고인 자리에 변호팀과 함께 착석했다.
후안 머천 판사는 이날 기소인부절차를 방송을 통해 생중계하는 것은 불허했으나 사진 촬영은 허용해, 일반인들은 사진을 통해 기소인부절차가 진행중인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정이나 법정내 상황 등을 가늠할 수 있었다. 공소를 맡은 크리스 콘로이 검사가 혐의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유죄를 주장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콘로이 검사가 혐의 사실과 별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SNS에 올린 메시지를 머천 판사에게 제출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려고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팀이 "오늘 검찰의 기소 진술이 있는 날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머천 판사는 이날 심리에서 일부 언론이 예상한 것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함구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다만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사회적 혼란이나 폭력을 일으킬만한 발언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천 판사가 피고인의 권리를 읽어주는 과정에서 "이해했느냐"는 질문을 하자 "네"라고 짧게 답했을 뿐 다른 발언을 하진 않았다.
50여분간 계속된 기소인부 절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답변만을 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인부 절차가 끝난 뒤에도 언론이나 지지자를 향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곧바로 차량에 탑승해 뉴욕 라과디아 공항으로 이동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하기 전에 다른 기소자들처럼 지문을 찍고 신분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형사사건은 경찰서에서 이 과정을 진행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하는 것으로 사전에 정리됐다.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인 머그샷 촬영은 취소됐다.
뉴욕 당국은 머그샷이 유출될 가능성을 감안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본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 이미지가 담긴 티셔츠를 공식 사이트에서 36달러(약 4만7천 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티셔츠의 머그샷 이미지에는 약 190cm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키가 195cm로 과장됐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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