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6) 전 이탈리아 총리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뒤 소셜미디어(SNS)에서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일 조르날레'에 따르면 지난 5∼7일 사흘간 SNS 반응을 분석한 결과, 사용자의 86.11%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게 친밀감, 지지, 연대를 표현했다.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와 표현은 "안녕을 기원한다", "빠른 쾌유", "친애하는 구단주", "믿음", "행운을 빈다" 등이었다.
이번 조사는 이탈리아 뉴스통신사 안크로노스가 정치 컨설팅 업체인 '스핀 팩터'에 의뢰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입원한 지난 5일부터 사흘간 베를루스코니를 언급한 SNS 게시물 180만여건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스핀 팩터'의 설립자인 티베리오 브루네티는 "이탈리아 SNS 사용자들이 베를루스코니에게 엄청난 애정의 물결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는 양극화된 SNS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놀라운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는 기업가로서, 일부는 정치 지도자로서, 일부는 과거 프로축구단 AC 밀란의 구단주이자 현재 몬차의 구단주로서 베를루스코니에게 경의를 표하는 등 그 이유는 다양했다"고 덧붙였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내는 등 이탈리아 정계의 한 시대를 주름잡은 인물이다.
총리를 지낸 기간은 9년 2개월로, 전후 최장기 재임 기록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탈리아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총리 재임 때인 2010년 자신의 호화 별장에 미성년 매춘부를 불러들여 난잡한 '섹스 파티'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는 등 각종 추문과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부도덕한 사생활에 더해 정계 입문 이후에도 계속된 사익 추구 행태, 총리 재임 때의 각종 실정 등은 지금도 논란거리다.
브루네티는 "정치가로서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그의 용기와 결단력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그를 '가족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친밀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올해 86세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5일 호흡 곤란을 겪은 뒤 산 라파엘레 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병원 검진 결과 백혈병 진단이 나왔고, 현재 폐 감염으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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