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죄 등으로 25년형 위기…독극물 중독후 해외서 반정부 활동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다 투옥된 러시아 반체제 인사가 법정 최후 진술에서 자신의 활동이 자랑스럽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리아노보스티 통신·CNN 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야권 정치인이자 언론인인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는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법원에서 열린 최종 심리에서 자신에 대한 국가반역죄 등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나는 정치적 견해 때문에 투옥됐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고, 수년 동안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재에 반대했으며, (러시아의) 인권 침해자들에 대한 국제 제재를 촉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일을 후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현 크렘린 정권(푸틴 정권)이 러시아와 세계에 제기하는 위험에 대해 우리 동포들과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들에게 충분히 확신시키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드리운 어둠이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를 둘러싼 어둠 속에서도, 심지어 이 철창 안에 앉아있으면서도 조국을 사랑하고 우리 국민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현지 검찰은 지난 6일 공판에서 카라-무르자에게 국가반역죄,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정보 유포, 바람직하지 않은 외국 비정부기구(NGO)와의 협력 등의 혐의를 적용해 25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의 측근이었던 카라-무르자는 지난 2015년 넴초프가 모스크바 시내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의문사한 후 자신도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뒤이어 2017년 2월에도 미확인 독극물에 중독돼 혼수상태에 빠진 뒤 치료를 받으러 해외로 나갔다가,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전 반대 활동을 벌이기 위해 가족을 두고 혼자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카라-무르자는 지난해 4월 경찰관에게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모스크바 자택에서 체포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행정법 위반 혐의였지만, 나중에 국가 반역, 군 관련 허위정보 유포, 바람직하지 않은 외국 NGO와의 협력 등 혐의가 줄줄이 추가됐다.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노르웨이 인권단체 '오슬로 헬싱키위원회' 등에서 행한 푸틴 정권 비판 연설이 빌미가 됐다.
그는 지난해 3월 미국 애리조나주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주택가와 병원, 학교를 폭격하는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해외 연설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들이 러시아에서 박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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