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같은편서 뭇매 이유는 "시진핑에 대만침공 백지수표 줘"

입력 2023-04-13 13:25   수정 2023-04-13 13:43

마크롱 같은편서 뭇매 이유는 "시진핑에 대만침공 백지수표 줘"
전문가·언론…"프랑스만 대만-중국 갈등 동떨어졌나"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방문 기간에 내놓은 사실상의 '실언' 탓에 자신의 신뢰도를 깎아먹은 것은 물론이고, 중국에 맞서는 서방의 단일대오에까지 균열을 냈다는 눈총이 이어지고 있다.
베를린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세계공공정책연구소(GPPi)의 토르슈텐 베너 국장은 12일(현지시간)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최근 대만 관련 발언을 "시진핑 주석에게 대만 관련 백지수표를 건넨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7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일부 매체와 인터뷰하며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 문제에 대해 "우리(유럽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추종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종속되지 않고 유럽이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강조한 발언이지만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실체적인 무력 위협을 받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경솔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실제로 이 인터뷰기 진행되던 비슷한 시각에 중국은 대만 전역을 포위하는 무력 훈련에 돌입했다.
또한 전쟁이 실제 발발하면 미국이 직접 뛰어들어 중국과 대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크게 뛰어넘을 수 있는데도 중국-대만 문제를 단순히 남의 일로 치부한 판단력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베너 국장은 FP 기고문에서 "마크롱은 바보처럼 유럽이 중국-대만, 그리고 미국의 전쟁에서 동떨어져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의 무력 사용을 억제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도움이 안 된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외교적으로 위험하고 개념적으로 틀렸다. 나중에 유럽에서 발언을 다소 수정했지만 자기 신뢰도는 물론 서방의 단일대오에도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이 2가지 실수를 저질렀다고 짚었다.
대중 강경파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중국 방문에 동행함으로써 유럽의 단결성을 과시하려다가, 오히려 분열상만 드러냈다는 점이 첫 번째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중국에 대해 "자국에서는 탄압적이고, 해외에서는 더 단호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고, 베이징 현지에서도 "대만해협의 안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무력 사용 위협으로 현 상태를 변경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변함 없이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50명에 달하는 경제 사절단을 대동한 마크롱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캘리포니아 회동에 대한 질의를 받고 아예 즉답을 피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중 매파와 비둘기파가 동행하자 중국은 의전부터 차별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국빈만찬과 군사행진 등 극진한 대접을 받았으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런 행사에서 배제된 채 푸대접을 받았다. 중국의 의도적 '갈라치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나머지 실수는 대만에 대한 동맹들의 군사 지원의 의미를 축소한 점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부대를 파견 중이다.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진행 중일 때 프랑스도 호위함을 대만해협에 파견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군사적 노력이 마크롱 대통령의 실언 탓에 그 의미가 퇴색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베너 국장은 FP에서 "마크롱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상호주의의 환상을 확고하게 고수했다. 과거에도 그는 이런 접근법을 고수했으나 중국은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 마크롱은 과거를 모두 잊어버린 것 같다"고 비꼬았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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