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국내기업, 미국 반도체정책 수혜보다 부정 영향 더 커"

입력 2023-04-1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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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신평 "국내기업, 미국 반도체정책 수혜보다 부정 영향 더 커"
"비용 증가·기밀 유출 우려 등 위험 요인"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나이스신용평가는 13일 미국의 반도체 관련 정책들로 국내 기업이 수혜보다는 비용 증가, 기밀 유출 우려 등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나신평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모두 현재 반도체 관련 생산설비의 대부분이 국내와 중국에 집중돼 미국 반도체 정책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7월 말 미국 내 반도체 투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을 발표했고, 이어 올해 2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보조금 신청 요건을 공개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 제한을 강화하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나신평은 "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기술 발전이 둔화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영향도 일부 기대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위험 요인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우선 중국 팹(공장)의 경쟁력 약화와 반도체 생산비용 증가가 지적됐다.
나신평은 "삼성전자는 낸드의 37%, SK하이닉스는 낸드의 20%와 D램의 40%를 중국 팹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 내 장비 반입에 대해 올해 10월까지 유예 기간을 부여하고 있으나, 추가 연장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주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의 영업비용에서 인건비 및 감가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반을 웃돈다"며 "미국의 높은 임금 수준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와 건설 원가 상승으로 인한 감가상각비 확대 등이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 당국이 보조금 신청 심사기준 가운데 가장 가중치가 높은 '경제 및 국가 안보 목표' 항목에서 생산시설 접근 허용을 요구하고, 생산품 종류와 상위 고객 정보, 미래 수익 등 민감한 내부 정보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어 기밀 유출 우려도 나온다.
나신평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팹의 경쟁력 약화에 대응해 단기적으로 국내 팹에서 일부 공정을 백업하거나 생산 라인을 재조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팹의 생산 용량을 확장하면서 중국 팹의 용도 전환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비용 증가는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양사는 비용 경감을 위한 보조금 신청 전에 미 당국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기밀 요구 등을 절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신평은 "미국은 반도체 정책 시행 과정에서 예외 규정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에 현상 유지를 허용해 급속한 충격을 다소 완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질서 재편에 부응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장비 반입 유예 연장 불가, 차세대 기술 선점 기회 상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yd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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