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과학자는 창업 5년후 할 일 없어…연쇄창업가 돼야"

입력 2023-04-14 12:41  

김진수 "과학자는 창업 5년후 할 일 없어…연쇄창업가 돼야"
엣진·그린진 창업 경험 공유…"미국처럼 창업 과학자 대신 벤처캐피털 주도 필요"



(제주=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과학자가 창업하면 초기엔 기술 개발에 관여하지만 5~10년이 지나면 제품개발 과정에서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과학자들이 연쇄 창업가가 되는 게 중요합니다."
유전자 교정 분야 세계적 석학인 김진수 싱가포르국립대 초빙교수는 13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모더나를 창업한 로버트 랭거 교수도 40개 회사를 창업했는데, 맨 처음 창업한 회사에서만 일했다면 모더나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을 사임한 이후 유전자 교정으로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엣진', 식물 엽록체를 교정해 광합성 효율을 늘려 탄소저감에 활용하는 스타트업 '그린진'을 잇따라 세웠다.
혈액을 배양해 만드는 스타트업 '레드진' 창업 과정에서도 최고기술자문 역으로 참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엣진과 그린진을 창업했지만,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사람을 두고 연구개발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주주들이 싫어하는 면도 많고 사회 환경도 과학자에게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럴 능력이 안 된다"며 "초기에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제품을 만들고 인허가받는 건 다른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학자가 창업에 나서면 이후 벤처캐피털이 운영을 주도하는 미국 사례를 설명하며 이런 형태가 불가능한 국내법 체계가 한국 바이오기업 창업과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벤처캐피털이 책임을 갖고 CEO도 뽑으면 창업한 교수가 자유롭게 된다"며 "한국은 교수가 CEO를 해야 하다 보니 1세대 바이오벤처들도 여전히 창업자가 회장이거나 CEO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신이 1999년 창업한 바이오기업 툴젠[199800]으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연쇄 창업이 가능한 이유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저도 툴젠 1대 주주였으면 창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2대 주주와 1대 주주는 책임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많아 창업을 1년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CEO 후보자를 찾기 어려운 게 문제"라며 "한국에서도 제도적 뒷받침이 되면 창업 기회가 무수히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한국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연구하기는 좋은 환경이지만 감사를 내내 받으면서 자유롭지 못한 점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으로부터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근무 당시 유전자 가위 관련 특허기술을 직무 발명 신고 없이 자신이 최대 주주인 민간업체 명의로 이전한 혐의와 연구비 부정 사용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교수는 "출연연은 상임감사와 부처,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등을 내내 받다 보니 행정조직이 위축돼 연구자 자율성을 해친다"며 "기업과 함께 일하기도 점점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균형은 맞춰야 하겠지만,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진 독일이 부럽다"며 "IBS 재직 당시 100% 잘못이 없었다고 할 순 없지만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shj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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