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전투기 동원해 반란군 주둔지 공습…서부 다르푸르로 충돌 확산
국제사회 즉각적인 폭력 중단 촉구…이집트·남수단 중재 제안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벌어진 군부 내 무력 분쟁으로 이틀째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021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과 반란을 일으킨 신속지원군(RSF) 대원들이 수도 하르툼과 인근 도시 옴두르만 등에서 격렬한 싸움을 이어갔다.
특히 부르한 장군 측은 전투기를 동원해 하르툼 인근 도시 옴두르만에 있는 RSF 기지에 공습을 가하기도 했다.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이 이끄는 RSF는 밤샘 전투 끝에 하르툼 공항과 대통령궁 등 주요 시설을 장악했다고 주장했지만, 부르한 장군 측은 이를 부인했다.
시민들은 전날 밤새 총격과 폭발음이 이어지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고 토로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과 전기가 끊긴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하르툼 남부에 사는 후다 씨는 "총성과 폭발음이 들리고 집이 흔들려 지난 밤을 꼬박 새웠다"며 "물과 식량, 당뇨병을 앓는 아버지의 약이 바닥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짓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모두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며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하르툼에 거주하는 건축가 타그리드 아브딘은 "전기가 끊어지면서 사람들이 휴대전화 배터리를 아끼고 있다. 이곳에서는 공습, 포격, 총격 음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양측간 충돌이 벌어진 하르툼 대통령궁 인근 학교에서는 250여명의 학생과 교사 25명이 꼼짝없이 학교에 갇혀 밤을 지새우기도 했으며, 아직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은 학생 50여명은 여전히 학교에 남아 있다.
수단 이동통신 사업자인 MTN은 정부의 명령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일시 차단했다가 복원했다고 복수의 회사 관계자가 확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일부 외신은 구호단체 관계자를 인용, 양측의 충돌이 서부 다르푸르까지 확산하면서 내국인 난민촌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다시 피란길에 오르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조만간 상대를 무력화해 충돌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한다.
수단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승리의 순간이 가까워졌다. RSF의 무모한 도발에 발목을 잡힌 무고한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기도한다"며 "인내심을 발휘한 자랑스러운 국민을 위해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아프리카 연합, 미국, 중국, 러시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제사회는 양측에 즉각적인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수단에 훈련 목적으로 군부대를 파견한 이집트는 자국민의 안전 보장을 촉구하면서, 남수단과 함께 중재 역할을 제안하기도 했다.
수단 정부군과 RSF는 그동안 RSF의 정부군 배속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어왔다.
부르한 장군 측은 2년 이내에 이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다갈로 장군 측은 10년의 일정표를 제시했다.
의사 단체인 수단중앙의사위원회는 이번 충돌로 지금까지 최소 56명이 사망했고 595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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