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해온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가 현 이란 정부의 앙숙인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레자 팔레비는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첫 이스라엘 방문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나는 이스라엘에 이란 국민의 우호적 메시지를 전하고 이란 정권의 천연자원 낭비에 맞서기 위해 이스라엘의 수자원 전문가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물론,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슬람 공화국(현재 이란 정권)이 이란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걸 이스라엘 국민이 알았으면 한다"며 "우리 국민 간의 오래된 유대관계가 양국의 이익을 위해 다시 불붙기를 기대한다. 더 밝은 미래를 위한 나의 건설적 역할을 위해 이스라엘에 간다"고 강조했다.
레자 팔레비는 예루살렘 홀로코스트 기념관(야드 바솀)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참석하고, 동예루살렘 성지에 있는 '통곡의 벽'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바닷물 탈염 시설을 둘러보고 관계자들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레자 팔레비는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의 아들이다.
왕세자였던 그는 아버지가 왕위를 버리고 이집트로 망명하기 직전 미국 군 비행학교에 가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시 그는 17살이었다.
혁명으로 이란에 들어선 이슬람 공화국은 팔레비 왕조의 흔적을 철저하게 지웠고, 그는 이후 계속 미국에 거주해왔다.
레자 팔레비는 평화적인 혁명을 통해 이란을 성직자 통치에서 의회군주제(Parliamentary monarchy)로 바꾸고, 인권을 중시하며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 구조도 현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가 과거 왕조를 부활시킬 만큼 이란 국민의 지지를 받는지는 알 수 없다.
그의 아버지가 통치할 당시 이란은 이스라엘과 외교, 군사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혁명 지도자였던 호메이니는 이스라엘을 이슬람의 적으로 규정하고,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이스라엘과 이란은 중동의 앙숙이 되었다.
레자 팔레비를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기념식에 초청한 길라 감리엘 정보부 장관은 "그는 용감한 결정을 했다. 왕세자는 아야톨라(이슬람 시아파 성직자 계급) 정권과는 다른 지도자의 상징이다. 평화와 관용의 가치를 주도하는 그는 이란을 통치하는 극단주의자와 대비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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