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카라-무르자 군관련 허위정보 유포혐의도 인정
유엔·미 규탄 "인권행사했다고 자유 박탈 안돼"…영, 러대사 초치해 항의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김동호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러시아 반체제 인사가 반역죄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고 17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모스크바 법원은 이날 야권 정치인이자 언론인인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에 대해 반역 및 러시아군에 대한 가짜정보 유포 혐의를 인정해 이같이 선고했다. 이는 지난 6일 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것과 동일한 판결이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의 측근이었던 카라-무르자는 2015년 넴초프가 모스크바 시내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의문사한 후 자신도 중독 증세로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뒤이어 2017년 2월에도 미확인 독극물에 중독돼 혼수상태에 빠진 뒤 치료를 받으러 해외로 나갔다가,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전 반대 활동을 벌이기 위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카라-무르자는 지난해 4월 경찰관에게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모스크바 자택에서 체포됐으며, 이후 해외 체류 기간 푸틴 정권을 비판한 여러 연설을 이유로 반역 및 군 관련 가짜정보 유포 등 혐의가 추가됐다.
그는 지난해 3월 미국 애리조나주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주택가와 병원, 학교를 폭격하는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연설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들이 러시아에서 박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열린 최종 심리에서 카라-무르자는 "나는 정치적 견해 때문에 투옥됐다"며 "이 일을 후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에 드리운 어둠이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를 둘러싼 어둠 속에서도, 심지어 이 철창 안에 앉아있으면서도 조국을 사랑하고 우리 국민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서방은 한목소리로 러시아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누구도 자신의 인권을 행사한 것을 이유로 자유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 당국은 그를 지체없이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카라-무르자는 갈수록 탄압의 강도를 높여가는 러시아 정부의 또 다른 표적이 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았다"고 지적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터무니없이 가혹한 이번 법원의 판결은 사회운동가와 인권옹호자(HRD), 그리고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략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한 사법제도의 정치적 오용"이라고 맹비난했다.
보렐 대표는 "러시아는 정치적 이유로 투옥된 모든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카라-무르자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 위반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용감하게 비판했다"며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라-무르자는 러시아·영국 이중국적자다.
영국 외무부는 이 사안에 항의하기 위해 안드레이 켈린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고도 밝혔다.
josh@yna.co.kr,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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