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의 중국 방문 직후 조사…내년 1월 총통선거 영향 주목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대만 국민의 3분의 2 이상은 1992년 대만 국민당 정권이 중국 공산당과 합의한 '92공식(九二共識·1992 Consensus)'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8일 대만 영자지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대만여론재단(TPOF)이 대만 성인 남녀 1천여명을 대상으로 92공식의 핵심 개념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67%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92공식에 동의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22.5%에 불과했다.
92공식은 1992년 11월 중국 공산당 정부와 국민당 정부가 반(半)민간단체인 중국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를 내세워 합의한 양국 관계에 대한 원칙이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양측이 '각자 해석'에 따른 국가 명칭을 사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92공식에 대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에, 대만은 '각자 해석'에 방점을 두고 해석해왔다.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는 2021년 92공식의 개념에 반대하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TPOF의 이런 여론 조사 결과는 국민당 출신의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최근 중국을 방문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면서 92공식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마 전 총통은 지난 5일 상하이에서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시종일관 양안 관계의 평화와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92공식을 확고히 견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나의 중국'에 반대하는 대만 국민의 여론 조사 결과가 내년 1월로 다가온 대만 차기 총통 선거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관심 사안이다.
TPOF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누군가가 대만과 중국이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고 말한다면 동의하는가, 또는 동의하지 않는가?'라는 설문에 대해 응답자의 42%는 '동의하지 않는다', 25%는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각각 답했다.
응답자의 16%는 '다소 동의한다'고 답했으며, 7%는 '동의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TPOF 측은 이번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대만 국민의 다수가 92공식의 핵심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TPOF 측은 "대만인 모든 집단의 다수가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젊은 층일수록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진당 총통 후보로 선출된 라이칭더 부총통 겸 민진당 주석은 지난 12일 다수의 대만인이 92공식에 반대한다는 과거 여론 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대만은 이미 주권국"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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