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RA 핵심조항 활용"…리스판매 확대·합작공장 건설에 가속도
기아 아메리카 "단기 경쟁력 하락 우려…전체 산업에 끔찍한 일"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에 따라 보조금을 받게 된 차종이 모두 미국 브랜드들로 발표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수혜를 보는 반면 현대차 등 해외 기업은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의 보조금 수혜 차종 발표 후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미국의 규제 강화로 인해 당분간 미국 이외의 자동차 제조사들의 고전을 예상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고 싶으면 이제 미국 브랜드를 사야 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보조금 수혜 차종 16개…테슬라·GM 등 美업체만 4곳
이번에 발표된 미 정부 명단에 따르면 최대 7천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은 기존 25종에서 16개로 줄어들었으며, 제조사 별로는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포드 및 스텔란티스(지프·크라이슬러) 등 미국 기업 4곳만 남게 됐다.
GM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 중 대다수가 7천500달러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테슬라의 모델3 및 모델Y도 수혜 대상이 됐고, 포드의 경우 머스탱 마하-E 등 6개 차종이 보조금을 받게 됐다.
현재로서 7천500달러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은 10종에 불과하다.
IRA상의 전기차 보조금이 미국 내 차량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고안된 측면이 있는 데다, 이번에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관련 기준이 추가되면서 수혜 기준이 더 까다로워진 것이다.
세부지침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더라도 올해의 경우 ▲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시 3천750달러 ▲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시 3천750달러를 각각 받을 수 있다.
WSJ은 이러한 미 정부의 조치로 인해 GM·테슬라 등이 승자가 됐다면서, IRA 시행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별로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20만대)가 없어진 점을 들기도 했다.
◇ 현대차 "IRA 상의 핵심 조항 활용"…폭스바겐 "보조금 낙관"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폭스바겐·리비안·닛산·BMW·볼보 등의 전기차는 모두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당분간 미국 시장에서 고전이 예상된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되는 현대차 GV70의 경우 세부 요건 발표 이전에는 보조금을 받았지만 이번에 제외됐고, 북미에 공장을 운영 중이어서 보조금 대상이었던 닛산 등도 명단에서 빠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성명을 통해 장기적인 전기차 계획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전기차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IRA 상의 핵심 조항들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러한 조건의 제한을 받지 않는 리스 차량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이 리스보다 구매를 선호하는 만큼 매출 감소분을 벌충하기 어렵다면서 "단순히 가격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 한 경쟁할 수 없지만 이는 재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기아 아메리카의 스티븐 센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단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전체 산업에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인 전기차 및 배터리 합작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는 한편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 중인 GV70 배터리를 북미산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수혜대상이었던 폭스바겐 ID.4는 공급망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폭스바겐 측은 향후 수혜 대상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매우 낙관한다"고 밝혔다.
닛산 측도 "협력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리프 모델이 향후 보조금의 일부라도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혜대상인 GM의 폴 제이컵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기차 판매 증가를 기대하면서 "시장에서 승수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최근 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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