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에 2020년까지 獨 나치 연관 계좌 살아 있었다"

입력 2023-04-19 16:59  

"크레디트스위스에 2020년까지 獨 나치 연관 계좌 살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스위스의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와 독일 나치 정권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조사 보고서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공개됐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상원 예산위원회는 이날 2건의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이를 근거로 크레디트스위스에 독일 나치 정권과 아르헨티나의 나치 관련자들과 연관된 최소 99명의 계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나치 세력과 관련된 70개의 계좌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해인 1945년 이후 개설됐으며, 특히 일부는 2020년까지 폐쇄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외부 분석 업체에 조사를 요청해 그 결과를 변호사가 심사한 내용을 토대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사는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인 시몬비젠탈센터가 2020년 아르헨티나에서 1만2천명의 나치 명단이 발견됐으며 일부 인물이 크레디트스위스 전신인 스위스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었다며 휴면계좌 파악을 요청한 데 따라 착수됐다.
그러나 이 조사 보고서는 그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보고서 공개는 미 상원 예산위에 소속된 척 그래슬리 공화당 의원이 당시 조사를 둘러싼 부정 가능성 등에 대한 제보를 받아 위원회 차원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해 성사됐다.
시몬비젠탈센터는 "위원회의 활동 덕분에 역사의 기록 바깥에 묻혀있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당시 조사 결과가 시몬비젠탈센터의 애초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고 해명하면서 "다만 당시 외부 업체가 2차 대전 때 개설된 1개의 나치 계좌와 전후에 계설된 12개의 계좌를 확인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미 상원 예산위 관계자들은 이 은행이 앞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해 전후 개설된 나치 관련 계좌의 자산 가치 등에 대한 보완 조사에 협력하기로 했다며 이 문제를 계속 관심을 갖고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크레디트스위스는 잇단 투자 실패와 고객 이탈 등으로 경영 위기에 휩싸여 최근 경쟁사인 UBS로 넘어갈 처지다.
ev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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