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지 블링컨 방중 지연에 "악의적인 사람 대접할 시간없어"

입력 2023-04-20 11:10  

中관영지 블링컨 방중 지연에 "악의적인 사람 대접할 시간없어"
환구시보 사설서 양국 국방장관 통화 지연 관련, 리샹푸 제재 해제 요구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자국 방문 재추진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가 블링컨 장관을 향해 '성의없는 사람'이라거나 '악의적 의도가 있는 사람'이라고 묘사하며 방문 거부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20일 '중국 외교는 너무 바빠 성의없는 사람을 대접할 시간이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블링컨 장관의 방중 재추진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합의 이행 논의 등을 위해 2월초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출발 직전 불거진 '정찰 풍선' 갈등으로 인해 방문을 무기한 연기했다.
블링컨 장관은 최근 중국 방문을 다시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은 미국에 의해 격추된 정찰 풍선 관련 미 연방수사국(FBI)의 조사 발표 우려 속에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문은 블링컨 장관이 일방적으로 방중을 연기했다는 점을 강조한 뒤 "이것은 미국의 경솔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반영한다"며 "그때는 (중국에) 오기를 거부하더니 지금은 (중국에) 오려고 고집하는데, 어떻게 모든 일을 미국 마음대로 하고 다른 사람들은 미국에 협조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이어 "중국은 대국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외교는 매우 바빠 미국의 일정에 따라 조정할 수 없고, 특히 성의가 없거나 악의적 의도가 있는 사람은 대접할 시간이 없다"가 주장했다.
신문은 또 양국 국방부 장관이 5개월 가까이 전화 통화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거론하며 "미국이 리상푸 국방부장에 대한 불법적인 제재를 해제하지 않아 중미 군사 대화를 위한 기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책임을 돌렸다.
리상푸 부장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기 구매 및 개발을 담당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 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8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서 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한 것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며, 장비개발부와 당시 책임자였던 그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결국 양국 국방장관이 대화를 재개하려면 미국이 리 부장에게 걸어 놓은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문은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규제 행정명령을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억제와 탄압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잠시 워싱턴을 무시하는 것도 나쁜 방법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며 미국이 진정성을 보이며 실질적으로 행동할 때 중미 사이의 소통과 교류는 자연스러워질 것이고, 이것이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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