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었다" 정치권 분노…멜로니 총리 "여동생에게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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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한 일간지의 만평이 정치권의 분노를 사고 있다.
20일(현지시간)자 '일 파토 퀴티디아노' 1면에 실린 만평에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 '한편, 롤로브리지다 집에서는…'이라는 두 줄짜리 문구 아래에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 나온다.
흑인 남성이 "남편은?"이라고 묻자 백인 여성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온종일 인종 교체와 싸우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지난 18일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이탈리아가 '인종 교체' 위험에 직면했다고 말한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 및 식량주권부 장관을 조롱한 것이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계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 연장선에 있는 이번 만평에 대해서는 싸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만평이란 기본적으로 사회나 정치의 풍자를 목적으로 하는 그림이지만 장관의 아내가 마치 외도하는 것처럼 묘사한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특히 롤로브리지다 장관의 아내가 바로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여동생이라서 논란은 커졌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만평에 등장한 인물은 내 여동생인 아리아나"라며 "공직을 맡지 않은 그가 이런 수치스러운 암시를 받았다는 점에 죄책감을 느낀다. 이 신문은 단순히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한 여성의 삶을 이용하고 찢어발겼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총리에 이은 이탈리아 내 권력 서열 2위인 이냐치오 라 루사 상원의장도 "모든 것에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고 "이 신문이 실은 만평은 재미있는 풍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거리를 둬야 하는 쓰레기일 뿐"이라고 비난에 가세했다.
젠나로 산줄리아노 문화부 장관은 "우리는 비판에 익숙하지만, 이 만평은 한계를 넘어섰다"며 "나는 (야당인) 민주당도 이 음란물을 단호하게 비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만평은 언론인 협회에서도 비난받았다. 파올로 트리팔디 회장은 "헌법에 보장된 풍자의 권리는 무분별한 범죄의 도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롤로브리지다 장관의 아내를 성차별적 농담에 연루시키는 것은 우리 직업이 항상 참조해야 하는 저널리즘의 윤리적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 파토 쿼티디아노'의 편집자인 마르코 트라발리오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그는 안사(ANSA) 통신에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농담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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