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반대편서 화진·유성체 충돌이 유발한 지진파 분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화성의 핵을 관통한 지진파가 처음으로 확인됐으며, 이에 따라 핵이 황과 산소 농도가 높은 유체로 된 철합금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지구과학 선임강사 제시카 어빙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질탐사선 '인사이트'(InSight)가 수집한 지진파 자료를 통해 화성의 핵 성분을 밝혀낸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NASA와 브리스톨대학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난 2021년 8월 25일과 9월 18일 두 차례에 걸쳐 인사이트호 지진계에 포착된 진동이 행성 반대편에서 시작된 이른바 '먼 지진'(farside quake)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지진파는 지진계에서 먼 곳에서 시작할수록 행성을 더 깊이 통과한다는 점에서 화성의 핵을 관통한 첫 지진파로 제시됐다.
두 진동은 인사이트호 지진계에 포착된 것 중 비교적 큰 축에 속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화성 활동 976 솔(Sol·1솔=24시간37분22초) 되는 날에 포착된 화진(Marsquake)은 인사이트호 미션 기간에 잡아낸 것 중 가장 먼 지진으로 기록됐다
또 1천 솔에 포착된 진동은 유성체 충돌이 유발한 것으로 정확한 위치를 제공해줌으로써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지진파는 행성의 '음영지역'을 거치며 굴절되는데 단 한 대의 지진계로 음영지역을 통과한 지진파를 잡아낸 것은 극도로 어려웠던 것으로 제시됐다.
어빙 박사는 "우리는 먼 지진을 찾아내고 이용하는데 운과 기술이 모두 필요했다"면서 "먼 지진은 지진파가 행성 내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에너지를 잃거나 방향이 틀어져 발견하기가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앞선 연구에서는 외곽에서 굴절된 지진파를 토대로 화성의 핵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는데, 이번에 핵을 통과한 지진파를 분석함으로써 더 정확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화성 핵의 반지름이 1천780∼1천810㎞에 달해 이전에 추정되던 것보다 약간 더 작고, 밀도는 더 높은 것으로 제시했으며, 핵의 약 5분의 1이 황과 산소, 탄소, 수소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논문 공동 저자로 참여한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학 지구물리학연구소의 김도연 박사는 "행성이 가진 핵의 구성 성분을 파악하는 것은 행성 형성기의 태양계 환경과 이런 환경이 형성된 행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11월 26일 화성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해 지진계를 설치하고 행성 내부를 관측해온 인사이트호는 태양광 패널에 쌓인 먼지로 더는 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지난해 12월 임무 종료가 선언됐으나, 약 4년에 걸친 임무 수행 중 수집한 자료는 앞으로 수십년간 화성 내부 연구에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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