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에 가격·정보 차별 제공 및 영업비밀 전달 금지 의무
국내외 8개 경쟁당국 심사 마쳐…내달 중 인수 마무리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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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
이로써 국내외 8개 경쟁당국이 모두 두 회사 간 기업결합을 승인한 만큼 내달 중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화와 대우조선은 향후 3년간 경쟁사 차별 및 영업비밀 유출 금지 의무를 준수하고 이행 상황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 "군함 입찰 경쟁제한 우려…필요 최소한의 행태적 시정조치"
공정위는 지난 26일 전원회의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5개 한화 계열사가 대우조선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시정조치 부과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시정 조치는 함정 부품의 견적가격을 부당하게 차별 제공하는 행위 금지, 함정 부품에 대한 기술정보 요청 부당거절 금지, 경쟁사 영업비밀을 계열사에 제공하는 행위 금지 등 세 가지다.
이는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수상함 및 잠수함 입찰과 관련, 함정 항법장치·함정전투체계·함포·함정용 발사대 등 한화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10개 함정 부품을 방사청이 아닌 함정 건조업체가 직접 구매하는 도급시장에 적용된다.
시정조치 기간은 우선 3년이며 한화 등은 반기마다 공정위에 시정조치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3년 뒤 시장·제도 변화 등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이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방위산업의 특수성과 수직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고려해 필요 최소한의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정보 요청 거절 금지 의무를 '방사청을 통해 요청했을 때'로 한정한 것과 관련해 "시정조치 불이행은 형사 처벌이 가능한데 함정 건조업체들이 경영상 이유로 한화 측에 과도하게 정보를 요구할 개연성이 있어 중립적인 감독기관인 방사청을 거치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규모 함정 건조 회사가 사실상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밖에 없어 과도한 시정조치를 부과하면 역으로 경쟁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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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경쟁 제한 가능성 없고 대우조선 정상화 시급"
이번 기업결합 심사의 관건은 함정 부품 시장 독점·유력 사업자인 한화와 잠수함 시장 압도적 1위(수상함은 2위)인 대우조선 간 수직 결합이 군함 및 군함 부품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지였다.
한화 등은 상선·해양플랜트 등 에너지 생산·운송과 방산 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기업결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시너지를 넘어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화 측은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방산 시장은 수요 독점 지위에 있는 정부가 강력하게 관리·통제하며 규격과 가격도 정부가 결정하므로 실질적으로 경쟁 제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행위 가능성이 작다는 방사청 의견 조회 결과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한화와 대우조선은 인수가 무산되면 대우조선이 도산할 수 있고 이 경우 거제 지역과 국가 경제에 부정적일 뿐 아니라 HD현대중공업의 조선업 독점이 심화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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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 "도급 계약은 방사청 감시 한계…봉쇄 효과 우려"
공정위도 방사청이 유일한 수요자이므로 방사청을 통한 감시와 제재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방사청이 함정 부품을 구매해 건조업체에 주는 관급이 아닌 도급 계약에서는 방사청이 가격·정보 차별 행위를 적극적이고 실시간으로 감시·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방사청은 함정 입찰 때 기술 능력과 가격을 각각 80%, 20% 평가 요소로 고려하는데 미세한 점수 차이로 낙찰자가 정해진다.
공정위는 한화가 입찰 제안서 작성 때 대우조선 경쟁 업체에 부품 정보를 덜 주거나 견적가격을 높게 제시해 '구매선 봉쇄 효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봤다.
또 한화나 대우조선이 각자 거래 과정에서 파악한 경쟁사 기술의 한계·단점, 개발 일정, 단가 정보 등 영업비밀을 서로에게 전달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화와 다른 함정 부품 업체 간 담합 위험도 커진다고 봤다. 한화와 LIG넥스원 등 4개사는 차세대 잠수함 장보고-Ⅲ 탑재 장비 입찰에서 담합해 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 기업결합 신고 4개월 만에 결론…내달 중 인수 마무리 전망
한화 등은 신종자본증권이 실질적으로 부채임을 고려하면 대우조선은 사실상 회생 불가 회사이므로 시정조치 예외 대상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대우조선이 가까운 시일 내에 도산할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효율성 증대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경쟁 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업결합은 공정위가 방위산업 시장 내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조건을 부과한 첫 사례다.
통상 수직결합은 경쟁업체 간 수평결합보다 경쟁제한 우려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10년간 시정조치가 부과된 32건의 기업결합 중 수직결합은 4건이다. 모두 사업 부문 매각 등 구조적 조치가 아닌 행태적 조치가 부과됐다.
공정위는 작년 12월 19일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해 약 4개월 만에 심사를 마쳤다.
앞서 유럽연합(EU) 등 7개 해외 경쟁당국은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중으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작업이 모두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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