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주의 압제 설계자' 한정 부주석 예정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내달 6일 찰스 3세 영국 국왕 대관식에 중국측이 한정 부주석을 대표로 보낼 것으로 알려지자 영국 정가가 들끓고 있다고 현지 일간 텔레그래프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부주석은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기 전에 맺은 협정을 무시한 채 홍콩의 자유로운 체제를 파괴한 설계자로 서방에서 불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는 한 부주석이 중국 대표로 대관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의 의도적인 도발 행위로도 비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한 부주석의 참석이 거의 확실하다며 초청장을 받은 각국 정부가 누구를 보낼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내달 대관식을 앞두고 북한과 러시아 등 극소수 국가를 빼고는 거의 모든 나라에 초청장을 보냈다.
한 부주석의 대관식 참석 전망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정가에서는 "괘씸하다", "무례하다" 등 격한 반응이 나왔다.
보수당의 대표를 지낸 이언 덩컨 스미스 의원은 "시진핑 주석이 우리를 무시하고 약하다고 생각한다"며 "괘씸하다"고 말했다.
역시 보수당 소속인 팀 라튼 의원은 "그의 대관식 참석은 자유를 사랑하는 홍콩 주민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런 반응은 한 부주석이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당시 무력 진압에 나서고 그 뒤 홍콩 국가보안법을 도입한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공산당 홍콩·마카오 공작 영도 소조의 조장으로 중국 정부 내 홍콩 관련 최고 책임자였다.
지난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에서 현재의 국가 부주석으로 선출됐다.
중국의 국가 부주석은 중국에서 8번째로 힘이 있는 지위로 알려져 있다. 전임자인 왕치산은 외교 의전 부문에서 시 주석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아 각국 정상의 취임식이나 장례식에 특사 자격으로 파견됐다.
영국은 중국 정부가 홍콩 주민들의 시위를 탄압하고 국가보안법을 도입할 때 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홍콩 주민들에게 특별 비자를 부여했으며 양국 관계는 악화됐다.
영국은 1997년 중국에 홍콩을 반환한 뒤로도 홍콩이 50년간 고도의 자치와 함께 기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국과 협정을 맺은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한 부주석이 대관식에 참석하면 중국과 친선 관계를 추구하는 리시 수낵의 정책도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지난 25일 중국과의 외교단절을 주장하는 강경파를 향해 "국익에 위배된다"고 명확한 거부 의사를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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