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C 인수시 강제 매각 수순 밟을 듯…주가, 한때 50% 폭락
(뉴욕·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강건택 김태종 특파원 = 기사회생하는 듯했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치는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지난달 붕괴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40% 안팎으로 폭락하며 이 은행에 대한 시장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주가는 한때 50%까지 떨어져 거래가 일시 정지되기도 했다.
지난달 초만 해도 100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SVB 사태 여파로 지난달 90% 가까이 폭락했고, 지난 24일 1분기 실적보고서 공개 후 연일 급락 장세를 이어가며 다시 70%가량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역대 처음 10억 달러 아래로 쪼그라들었다.
CNBC방송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구제대책 가운데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의 파산관재인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지난달 SVB가 갑작스러운 뱅크런(현금 대규모 인출) 사태로 부도위기에 처하자 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된 것과 같은 흐름이다.
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되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사실상 강제 매각 수순을 밟게 된다. SVB의 경우 곧바로 폐쇄돼 FDIC가 들어왔고, 이후 매각 절차를 밟았다.
SVB의 기존 예금은 FDIC가 세운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이라는 이름의 새 법인으로 이전됐고, 보유 자산은 매각된 바 있다.
이어 미국 중소은행 퍼스트 시티즌스에 인수되면서 SVB는 간판을 내렸다. SVB의 모기업이었던 SVB파이낸셜그룹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은행이 나온다면 FDIC의 개입을 피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금융 당국도 다른 은행들에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가능성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끝내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과 자산을 인수해 직접 관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퍼스트리퍼블릭은 대형 은행들에 채권과 그 밖의 다른 자산을 시세 이상의 가격에 인수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CNBC가 전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FDIC와 미 재무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리들은 다른 은행들과 함께 회의를 열어 퍼스트리퍼블릭 구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는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 24일 1분기 고객 예금액이 40% 급감했다는 실적이 공개된 후 이틀간 주가가 60% 넘게 빠졌다. 전날엔 8.8% 반등하며 위기설에서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주가는 하루 만에 다시 급락세로 바뀌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