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국견제 위해 '필리핀 독재가문'에 구애"

입력 2023-05-01 21:37   수정 2023-05-02 11:58

"바이든, 중국견제 위해 '필리핀 독재가문'에 구애"
WP, 마르코스 주니어 정상회담 두고 비판 조명
"작년엔 상상불가…과거 레이건·마르코스 관계 비판"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 상원의원 시절 자신이 강하게 반대했던 필리핀 '독재자 가문'의 후계자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방문하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지난 2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인 필리핀 내에서 군기지 4곳을 추가로 사용하는 데 합의한 지 3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WP는 당시 합의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국제사회의 '왕따'였던 마르코스 일가가 면죄부를 얻고 '정치 왕조' 재건에 도움을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봉봉 마르코스'로도 불리는 마르코스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20여년간 필리핀을 철권 통치하다 '피플파워' 혁명으로 쫓겨나 1989년 하와이에서 사망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72년부터 1981년까지 계엄령을 선포해 반대파 수천명을 체포·고문하고 살해해 악명을 떨쳤다. '사치의 여왕'으로 불린 부인 이멜다는 8년간 매일 다른 구두로 갈아신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 일가가 집권 당시 부정 축재한 재산은 100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1년여 전만 해도 아들 마르코스가 워싱턴의 환대 속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 1995년 아버지 마르코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고문 등 피해를 본 이들에게 20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일가족은 1990년대에 필리핀으로 돌아간 뒤 이에 불복하고 동결된 자산을 판매했고, 법원 명령 불복종으로 미국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아들 마르코스가 대통령 선거에 당선돼 '친중'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뒤를 잇게 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바로 축하 전화를 했다.
이어 6월에는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마르코스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 외교적 면책특권을 지니며 미국에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해 그가 미국 방문 때 체포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권위주의 지도자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집권한 6년간 필리핀과 긴장된 관계를 이어온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필리핀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한 마르코스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도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동맹국이지만 험난한 시기를 보냈다"며 "우리는 함께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며 그렇게 만드는 데에 절실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이던 1980년대에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섰다.
그는 또한 1986년 시민혁명으로 축출돼 하와이로 망명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레이건 행정부의 노력에도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으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에게 면죄부를 줌으로써 이들 일가가 부정 축재한 재산을 환수하고 독재의 책임을 물으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WP는 지적했다.
마르코스 일가가 부당하게 쌓은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설치됐던 필리핀 대통령 직속기구 바른정부위원회(PCGG)의 루벤 카란자 전 위원장은 "이는 마르코스와 미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미군에 문을 열어줄 문지기로서 마르코스 주니어가 필요하고, 마르코스는 정권을 유지하고 외교적 면책을 얻기 위해 미국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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